서른 살 무렵, 이태원의 재즈 클럽에서 기타 트리오 연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15년 정도 연습해야 저 무대에 설 수 있겠구나'재즈는 내가 하던 락 음악과는 연주 형식이 많이 달라 기존의 습관을 버리는 데만 2여년이 걸렸다. 즉흥연주가 중심인 재즈 연주는 유리처럼 투명했다. 실력이나 감정을 감추거나 덧칠할 수가 없었다. 조금 쉬운 길로 가려다 와르르 무너져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당시 연습일지의 맨 앞 장엔 웨스 몽고메리의 이런 말이 써 있었다."음악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당신이 음악에게 주었던 것들 뿐입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이다. 유럽연합을 포함한 64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national election)가 치러진다. 이들 국가의 인구수를 모두 더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지난 1월의 대만 총통 선거에 이어, 2월에는 파키스탄에서 총선이 실시됐고, 인도네시아에서도 대선과 총선이 진행될 예정이다. 3월에는 전쟁 중이라 불확실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4월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에서도 총선이 실시된다. 유럽연합에서는 6월 유럽의회 선거, 일본에서는 9월 자민당
2024년의 시작은 매콤한 겨울한파와 함께 했다. 그 유명한 제주 바람에 얹힌 겨울의 한기 가득한 히스테리는 온몸을 경직하게 만들었다. 몸속 혈관들이 얼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는 이 겨울의 겨울다움이 반가웠다. 인류의 어리석음으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 후세대는 추운 겨울 계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역사의 기록에서 열람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때마침 추위에 움츠린 몸과 마음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할 반가운 공연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27일 저녁 08시 신제주 레드제플린에서 열린 '빅 대디'와 '오믈락 밴드'의 공연
토종 푸른독새기콩을 수확하고 판매를 고심한 적이 있었다. 한 알에 100원씩 받아도 내 인건비는 안 나올 만큼 적은 양이었다. 첫 농사에 첫 수확물이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책상 위에 펴 말리면서 콩이 다 마를 때까지 어찌 팔아야 될까를 한참 고민했다. 씨앗을 심고, 밭고랑 사이를 누비며, 검질을 매고, 콩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은 컸으나 막상 수확을 하고 나니 머리가 조금씩 아파왔다. 그렇다고 콩 한 알에 100원씩 팔 수는 없는 노릇. 그 후로도 며칠을 고심하다 청국장을 띄우기로 결정했다. 물론 나는 청국장을 먹어본 적이
제주의 난개발과 환경 오염 이슈에 대해 더이상 깜짝 놀라지 않는다. 관련 이슈는 "또 그 얘기?" 라는 말과 함께 옆으로 밀린다. 경각심이 마비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주투데이는 [헐! 제주] 코너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환경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헐! 제주]에 싣는 기고는 '생태적지혜'와 '프레시안'에 함께 게재된다.지도를 반 바퀴 돌려보자! 제주도, 특히 제주 바다는 태평양을 향한 ‘맨 앞’으로 한반도에서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닿고 수온 변화가 가파른 곳이다. 탁 트인 푸른 바다
마음이 평화로우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족이 있습니다》는 돈이 없고, 몸이 튼튼하지도 않고, 권력도 없고, 이름이 나지 않아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바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삶이다.사람이 개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린이는 말한다. “가족은 꼭 부부나 형제자매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평생 바다에서 일을 하면서 혼자 살았던 할아버지는,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개와 한 식구가 된다. 할아버지와 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같이 봄꽃 놀이를 가고, 여름
몰마롱고장은 수선화과 수선화를 기리키는 제주말이다. 아래아 발음 'ㅁ'과 'ㄹ'은 동물 말을 뜻한다. 마롱은 마늘을 뜻하며, 고장은 꽃의 제주말이다.식물 이름에 동물 말을 갖다붙이는 것은 크다는 뜻이며, 큰 마늘같이 생긴 꽃피는 식물이기에 몰마롱고장이라 한 것이다.수선화의 이름은 물 수(水), 신선 선(仙), 꽃 화(花)다. 해석해보면 물가에서 신선놀음하는 꽃, 또는 물가에 신선처럼 피는 꽃이 된다.한국 본토 육지에서 수선화의 계절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철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12월 부터 이른봄 3월까지다.북풍이 사납게
2024년 새해 첫 도정 현안 및 정책 공유회의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역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직 내부에서 불거진 성비위 관련 문제를 언급하며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성인지 감수성’ 함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쪼록 새해 벽두부터 강조된 사안인 만큼, 공직사회를 시작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을 이야기하는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말이나 구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상영 선흘2리 전 이장은 20년간 학교에서 지리와 사회를 가르치다 제주로 이주했다.선흘2리에 야생동물 사파리를 조성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반대하며,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이장으로 선출됐다. 주민들과 함께 전임 이장과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의 비위를 밝혀내는 성과를 올렸다. 1973년생인 그는 제주 지역 첫 70년대 생 '육짓것' 이장이다. 3년 동안 이장으로 일하면서 제주 지역 마을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의 마지막 '이장일기'다. 수고 많으셨습니다.오랜 고민
2023년은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된다.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수개월 동안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현상에 의한 것이라고도 여겨지지만, 무엇보다도 그 원인은 온실가스배출에 의한 지구기온상승의 영향임이 명백하다고 지구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산업화이전 평균기온보다 섭씨 1.5도를 넘은 날도 있었고, 11월에는 처음으로 2도를 넘는 날을 기록했다고도 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인 온도상승한계를 넘은 기록이다. 다만 아직은 일시적인 상승일 뿐,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이에 따라 가뭄, 홍수, 폭염
오는 4월 10일 치르는 22대 총선은 전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환경문제와 다양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제주투데이는 다음과 같은 보도 준칙을 마련했다.1 .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의 재원 마련 방안 및 근거 법령 제시 여부를 확인한다.2. 지역감정 및 이념갈등을 조장하고 흑색선전 하는 후보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다.3. 기후위기 대응, 환경 문제 및 사회적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공약을 적극적으로 보도한다.4. 정치적 다양성 확대를 위
반복 주입과 교묘한 편집식당이든 술집이든 TV가 켜있는 곳은 피한다. 피곤해서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루 종일 떠든다. 공해도 이런 공해가 다시 없다. 그런데도 업소에선 원하는 손님이 있다며 그 소음을 방치한다. 그러니 내가 알아서 피할 수밖에. 소음 정도가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가는 독이다. 생각 없이 TV 뉴스를 보고 있자면 가짜뉴스도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반복 주입이라서 그렇다. 교묘한 편집이라서 그렇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암살 미수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처구니없는 보도가 반복되
지난해 두 장의 음반 녹음과 프로듀싱으로 정신없이 바빴고 음반 모니터링과 믹싱작업을 하는 동안 귀와 정신은 혹사당했다. 눈 깜짝 할 사이 일년이 지나가 버렸다. 지난해 만큼 음악을 특히, 재즈를 덜 들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얼마전 느닷없는 폭설에 예정된 스케줄은 모두 취소돼 이틀 동한 휴식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거리는 한산했고 창밖은 온통 눈이었다. 작업을 멈추고 흩날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음악속에 푹 빠져들었다.지난 한해에 발매된 재즈앨범 중 인상적인 몇 장의 음반들을 정리해 본다.Fred Hersch & Esperan
'저슬탈'은 장미과 상록 덩굴식물의 열매로, 야생 겨울 산딸기를 말한다. 제주어로 저슬은 겨울, 탈은 딸기다. 즉, 겨울에 나는 딸기라는 뜻이다.늦봄에 나는 딸기, 여름에 나는 수박, 가을에 나는 귤. 최근에는 비닐하우스와 유리하우스 에서 사시사철 온갖 과일들이 나오다 보니 겨울에 나는 딸기라고 해도 무감각한 표정으로 받아들인다.우리나라에 온실 농업이 일반농가에 알려진 것은 불과 50여년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서 수박은 여름과일이고 딸기는 늦봄에 과일이다.인간의 손길로 재배되지 않은 과일을 겨울에 들판에서 따먹을수 있다면 깜짝 놀
2023년의 달력은 어느덧 12월 한 달 마지막 페이지만을 남겨두고 있다.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깨닫게 되더라. 시간이라는 무형의 실체는 나이의 숫자만큼 비례해 무심하고도 빠르게 흘러간다.올해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주 인디(JEJU INDIE)’다. 이곳은 사설 공연장 겸 펍(Pub)이다. 주인장은 과거 1990년대 중후반에 제주인디 음악씬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대중들로부터 큰 화재를 몰고 다녔던 전설의 밴드 ‘에로스’의 보컬 이력을 소유한 인물이기도 하다.제주도심 생활권 30분 이내의 시내
제주남방큰돌고래나 푸른바다거북, 점박이물범 등의 해양생물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이들 해양생물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만큼 보호가 필요한 해양생물은 많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천연잘피다.천연잘피는 국제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큼 중요한 해양생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거의 없다. 그만큼 홍보도 안되어 있고, 이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대한 복원과 서식지 보전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나는 그런 제주도에서 나는 4년 6개월째 살고 있다. 제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나를 많이 부러워한다. 나는 날마다 바다와 숲과 밭과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하지만 꼭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제주도는 지금 온갖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제주도에서 와서 살아보니 어떠냐고. 나는 몸은 행복한데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내가 처음 살던 곳은 제주 조천읍 선흘2리다. 한라산이 가까이 보이고 세계자연문화유산인 ‘거문오름’이
제주의 난개발과 환경 오염 이슈에 대해 더이상 깜짝 놀라지 않는다. 관련 이슈는 "또 그 얘기?" 라는 말과 함께 옆으로 밀린다. 경각심이 마비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주투데이는 [헐! 제주] 코너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환경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헐! 제주]에 싣는 기고는 '생태적지혜'와 '프레시안'에 함께 게재된다."한화시스템은 제주도에 우주산업 전초기지를 구축” 하고 “제주도가 민간 우주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협력”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 이사, 2023년 7월 6일)제주 해상
내가 처음 제주학사에 오고 인생에서 할 인사는 거의 다 하던 때가 있었다. 바로 처음으로 한라산을 등반할 때였다. 한라산을 처음으로 올라갔기에 정상에 올라가면 어떤 경치가 펼쳐져 있을지, 또 얼마나 힘들지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상에 도착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가면서 뜻밖의 것을 얻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힘내세요’와 같은 인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올라가며 마주치는 분들마다 “안녕하세요!” 하며 올라가고 그분들은 “힘내세요! 거의 다 올라왔어요!” 같은
제주투데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는 취지로, 시민이 만드는 뉴스 제주순정TV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제주순정TV는 주체적 참여 시민의 입장에 서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 부순정씨가 리포터를 맡은 제주순정TV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비자림로 공사 문제 등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참여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