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담은 제주 바람을 쓸어 담는다.현무암이 많은 거뭇거뭇한 색감을 가지런하게 모아내는 것이 제주 돌담이다.오름에서 바다를 보면 돌담으로 시작하고 바다는 색이 더 진해진다. 바다에서 산쪽으로 보면 돌담이 오름을 한라산만큼 받드는 모습이다. 제주도 섬 전체에 돌담은 밑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그 안에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담기는 먹거리와 이야깃거리는 또 얼마나 풍성한지.붉은 동백꽃 한 송이 떨어진 돌담을 화폭에 담은 어느 화가의 작품 앞에서 발길을 뗄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유채꽃과도, 초가지붕과도, 귤 익어가는 색과도 어울리는
지금 도청 앞에는 300일이 다 되도록 천막 농성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바로 청정한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도민들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과 거동이 불편한 도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업무를 하는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노동자들이다. 제주도가 민간위탁을 중단하고 직접 운영하며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원희룡 도지사에게 해결방법을 함께 찾자고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지사는 얼굴 마주하기를 끝내 거부한 채 묵묵부답이다. 제주도정이 민간위탁을 해소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기부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기부자들이 더 가치있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한 시민은 연말이 되면 특정 모금기관으로 집중되는 맹목적 기부행태도 이제는 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사)제주친절문화발전연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도내 곳곳을 찾아 환경정비활동과 함께 시민 50여명을 대상으로 기부문화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다.이제 동정심은 옛말이 되고 있다. 어느 곳에 사용되는 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곳보다 기부자의 관심분야나 모금단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읽어내어 할 일을 명확하게 호소하는 곳에 기부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제주를 만나고 싶어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서 진행한 도보순례에 참여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도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제주라는 지역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참 어려운 곳이다. 같은 마을 안에서 오순도순 지내야 하는 도민들이 한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주장을 내세우며 얼굴을 붉히는 것은 살아가는데 구체적인 도움은 주지 않고 불편함의 경험만 안겨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러한 목소리와 주장은 소수의 것으로 독점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마을의 00위원회나 00협의
어느 날, 왕은 궁중화가의 그림솜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궁전에서 제일 그림을 잘 그린다고 알려진 화공(畵工)의 작업장이었다.왕이 물었다. “그리기가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개나 말 같은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화공의 대답은 스스럼없었다.“그렇다면 제일 그리기 쉬운 것은 무엇인가?” 이어지는 왕의 질문이었다.“귀신이나 도깨비 같은 것입니다”. 막힘이 없는 화공의 대답이었다.“왜 그런가?”“개나 말은 누구나 잘 알고 매일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조금만 잘못 그려도 사람들이 금방 알아챕니다. 그래서 그리기가 어렵습니다”화공의 말
20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온 세상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약용이나 특식으로 먹는 중국 사람들의 특성이 사스와 같은 인수공동전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에도 박쥐에서 비롯한 변형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전염병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호흡기 전염병은 전파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초동 대처가 매우 중요하나 중국 당국이 초기에 사태를 축소 은폐하는 바람에 일이 커지게 되었다.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결
양력과 음력 설이 끝나고 본격적인 새해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고국에서 보내 온 우편 연하장이 줄어들면서 스마트폰의 연하장이 거의였다. 이렇게 시대는 변했지만 연하장의 그림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눈 내린 초가 삼간과 감나무에 한복의 가족들의 모습과 아기자기한 풍경은 고국에의 향수를 모닥불처럼 타오르게 한다. 초가 삼간만이 아니드라도 눈은 우리를 더없이 포근하게 해준다.이렇게 오붓한 자연 속의 설 연휴에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피곤한 일상의 뒷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덕담을 주고 받는다면 그 동안 쌓였던 오해
“민생올인”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년 전 2019년 새해를 맞아 내걸었던 다짐이다. 그는 개인 유튜브 계정 ‘원더풀TV’를 통해 이 사자성어(?)를 붓글씨로 정성 들여 쓰는 모습을 담았다. 그렇게 완성한 신년 휘호를 들고선 “민생을 보살피는 데 제 모든 것을 ‘몰빵(집중 투자의 속어)’, 올인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다짐은 지사 집무실 옆 소통회의실 벽에 현판으로 걸렸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뒤 ‘다짐’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걸려있었지만 정작 이를 쓴 장본인의 말에선 그때 그 ‘다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22일 오후 원 지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지난 1월 5일 골든글로벌 시상식에서 '기생충' 영화로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었다.필자가 놀란 것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2019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황금종려상도 그렇고 골든글로벌 수상도 빛나는 성과지만,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는 수상 소감의 발언에 더욱 놀랐다. 영화의 개념을 한 마디로 정곡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산업’ 이라는 단어가 주장된 이후 우리의 삶은 물리적인 아무런 변화 없이 어느새 4차산업의 한가운데로 빠져들고 있다. 처음 이 단어가 사용될 때만 해도 앨빈토플러와 같은 대가의 미래전망을 흉내 내는, 이전의 3차 산업혁명과는 다른 구분자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며 당시에는 그리 주목받지도 못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정치, 사회, 경제 분야 모든 연설문에 항상 주요 메시지로 포함되어 있고 4차산업의 무엇이라도 하고 있어야 미래를 대비하는 기본이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4차산업이 본질적으로 무
‘유형(流刑)의 섬’, ‘최악의 유배지(流配地)’, 한때 제주도를 그렇게 불렀던 사람들도 있었다.조선시대(1392~1910) 역사에서 제주도는 사실상 최악의 유배지였다. 유배는 형벌의 한 종류였다. 죄인을 멀고 험한 절해고도(絶海孤島)로 보내어 살게 했던 형벌의 하나였다.대개의 경우 유배는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보복이자 응징의 성격이 짙었다.이러한 ‘유형의 섬’중 하나가 제주도였다. 바닷길 풍랑은 거칠었고 땅은 메마르고 척박했다. 삶의 환경 역시 각박했고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그 옛날 ‘해로(海路)9백리 제주 유배’는 죽음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말은 해방 공간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주장해서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무척 귀에 익은 구호다. 이 말은 이 대통령이 창안한 것은 아니며, 동서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선각자들이 흔히 얘기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려 대막리지를 지낸 연개소문이 죽기 전에 아들들에게 화살 하나를 꺾도록 하자 모두 꺾었는데 화살을 세 개 묶어 꺾으라고 했는데 아무도 꺾지 못 하자 그처럼 형제들이 힘을 뭉치면 누구도 꺾지 못 할 것이라는 절전지훈(折箭之訓)을 유언으로 남겼으나 형제끼리 자리다툼을 하는 바람에 고구려
‘대학살’이라고 했다. ‘피의 대숙청’, ‘망나니 칼춤’, ‘검찰초토화 작전’ 등 동원되는 언어는 섬뜩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하다. 그만큼 파격적이며 무자비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8일 밤 전격적으로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32명에 대한 인사에서 야권과 정권 비판 그룹 등에서의 반응은 이처럼 독하고 격렬했다.비판의 포인트는 법과 절차를 무시한 보복성 인사에 맞춰져 있다. 여기에 내편만 챙긴 코드 인사, 특정 지역 편향 인사가 얼개다.먼저 시기의 부적절성에 대한 시비다.문재인정부는 2018년 12월부터 ‘검사 인사 규정’을 제정하
1977년부터 직원이 500인 이상 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국민의료보험은 차차 가입 범위를 넓히다가 1989년에 전 국민을 강제로 가입시키는 국민개보험제도로 정착이 되었다. 초기에는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얼마 안 되어 보장성이 60%를 밑돌았지만, 수가가 일반 수가의 60~70%로 정하여서 단시간 내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가 되었다. 그러나 정책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의 공무원들 중에 의료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없어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바람에 해마다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의약분업에 따
작심삼일(作心三日), ‘결심이 사흘을 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가 그러하다.마음을 다잡아 세운 계획이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거나 그만두는 현상을 말한다.고려말기 국가정책이 일관성이 없어 수시로 바뀌고 삼일을 넘기지 못해 혼란스런 국가운영 상황을 비꼬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에서 유례 되었다고 전해진다.서애(西厓) 류성룡(1542~1607)은 조선 중기 문신이었다.‘국가질서가 무너지고 백성들이 조정을 신뢰하지 않는 혼란스런 시대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염려하는 어리석은 왕을 설득하고 분노한 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인 최우열기자가 쓴 여의도 25시에 보면, 2016년에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의원들을 살펴보니 정부 부처의 장차관급이나 기관장 또는 기초단체장 이상을 지내신 분이 한국당에서는 44명 중 21명이었으나 민주당에서는 고작 2명뿐이었다고 한다. 민간 기업까지 포함하면 이런 경력을 가진 분들은 대부분 한국당 소속이었다고 한다. 반면에 민주당 초선은 국회의원 보좌진이나 당 사무처 출신, 법조인이라도 일찌감치 사표를 쓰고 나온 평검사나 처음부터 개업한 변호사, 관료라도 과장급 이하 출신이 대부분이
"창작 활동을 그만두고 20년만에 다시 화필을 든다는 것은 세계에서도 좀처럼 드문 일입니다. 앞으로 홍성익 화가가 어떤 작품을 우리들에게 보여 줄런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2019년 11월 23일 저녁, 오사카 이쿠노쿠(生野區)의 코리어타운, 조선이치바(市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는 도크야마반가(德山班家)에서, 홍성익(洪性翊. 만 63세) 화가의 인터뷰 내용이 한권의 책으로 나와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그의 자서전이나 다름없는데 라는 제목과 '그림의 길, 식(食)의 길 분투기'라는 부제가
그들의 눈에는 국민은 없었다. 체면도 없었다. 그러니 염치가 있을 리 없다. 규범이나 절차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그것은 밥그릇 챙기는 데 걸리적거리는 군더더기 일 뿐이었다.‘정치적 야바위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범여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행태를 보는 일반의 시각은 시니컬하다.‘4+1’은 27일 제1야당을 배제한 체 이른바 ‘준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내년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된다.그러나 이 선거법에는 잔뜩 불순물이 끼었다. 불륜 관
교수신문이 2019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공명지조를 정했다고 한다. 이 단어는 불경인 아미타경에 나오는 머리가 둘 달린 새로 두 머리가 서로 달라 한 머리는 낮에 자고 다른 한 머리는 밤에 자는데, 한 머리가 혼자 맛있는 것을 먹자 시샘이 난 다른 머리가 독을 먹어 함께 죽었다고 한다. 즉 서로 싸우다 둘 다 죽는 어리석음을 오늘날 우리나라 상황에 빗댄 것이다. 정말 요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단어라 여겨진다.여권은 여권대로 제일 야당을 상종 못 할 집단으로 몰아붙이고, 제일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을 나라 망치는 세력으로 치부하면서 서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데 이렇게 빨리 되풀이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다. 그것도 같은 정권하에서 되풀이 되었으니 아연실색했다. 울산 시장 선거의 '하명수사' 선거 개입 의혹이 오사카 한국 총영사 자리까지 불똥이 튀었다.대통령 선거 당시 일어났던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에서 더불어 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방 댓글이 올라와서 민주당은 수사를 의뢰했었는데, 조사하다 보니 김동원 주범들은 민주당원들이었고, 민주당 실세 김경수 현 경상남도 지사도 개입된 사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되었다. 대통령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