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기업은 없다. 제주 도내 중소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겨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평화인더스트리와 ㈜대승, 귀일농산이다. ㈜평화인더스트리는 감귤 선과기 제조업체이며, ㈜대승은 목초액 제조업체다. 또 귀일농산은 전분제조업체로서 환경 문제와 값싼 중국산 전분 공세에 밀려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도내 전분업계에 돌파구를 열고 있다.

▲왜 중국인가?=중국경제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13억의 소비자가 있다. 그만큼 시장도 크다. 그래서 중국에 오면 돈을 벌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매력적인 분야는 인건비다. 제주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싸다. 생산직 한 사람당 월급이 600위안(9만원) 수준이다. 값싼 인건비는 '철저한' 원가경쟁을 벌이는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체에서 더 위력을 발휘한다.

여기에다 아직까지 환경문제에 대해 덜 민감한 편. 폐수처리 기준 강화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전분제조업체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중국 현지법인 현황=㈜평화인더스트리(대표 김봉석)는 97년 9월 중국 절강성에 쑤조우(蘇州)평화공업유한공사를 설립, 중국 현지 실정에 맞는 보급형 다목적 감귤 선과기를 개발을 통해 감귤 주산지인 절강성(浙江省)과 강서성(江西省)·호남성(湖南省)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사업 첫 해에는 현지 조립생산을 통해 모두 31대의 감귤선과기를 판매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8년에는 현지에서 직접  부품을 조달, 완제품 생산체계를 갖추게 됨으로써 중국시장 개척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평화인더스트리는 또 98년 한해동안 ꡐPH―3000ꡑ모델의 반자동 선과기 33대를 제작, 중국시장에 판매했다. 이 기종은 1시간당 감귤 처리능력이 4.5t이다. 그러나 판매가격이 9백80만원수준으로 현지 농민들의 부담이 커 보급 확대에 걸림돌로 지적됨에 따라 99년부터는 'PH―4500'모델의 보급형 다목적 선과기(1시간당 처리능력 2.5~3t)를 개발, 3백60만원에 공급하고 있다.

귀일농산(대표 고충식)은 98년부터 하북성(河北省) 진황도(秦皇島)에서 광천식품유한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전분과 당면을 생산한다.

전분 산업은 한때 제주도의 주력산업으로 전분공장 수가 60군데가 넘었으나 채산성에 밀려 98년에는 17개로 감소했다. 북제주군 관내의 경우 고산농협 전분공장, 구좌읍 하도리의 대영산업사, 애월읍 하귀리의 신천산업, 한림읍 옹포리의 동아물산 등 전분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은 상태. 최근에는 도내 전분공장업체 수가 11개로 감소했다.

귀일농산은 중국산 전분 값이 국내산의 30%수준인데다 폐수처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분공장 입지가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중국으로 진출, 활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귀일농산은 또 북제주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산동성(山東省) 래주(萊州)시에도 당면․전분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는 구릉지가 많고 고구마 생산에 적합한 토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승(대표 장승진)은 2000년 11월 중국 장쑤성(江蘇省) 양조우(揚州)시와 목초액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합의한데 이어 2001년 2월부터 공장 설립 추진에 들어갔다.

투자규모는 15억3000만원이며 ㈜대승에서 11억3000만원, 중국측이 4억원을 투자한다. 연간 예산매출액은 10억5600만원이며, 이익금가운데 75%는 ㈜대승이, 25%는 양조우시에 배분한다.

시설규모는 부지 5000㎡에 생산공장과 창고 1150㎡․사무실 200㎡규모이며 공장건축에 따른 부지 임대기간은 50년으로 돼 있다. ㈜대승은 이곳에서 1일  2000ℓ씩 연간 60만ℓ규모의  목초액을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점은 없나=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단순한 사실과 함께 거대한 토지와 값싼 노동력 때문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 국에서 투자자가 몰려든다.

중국에는 분명 돈이 보인다. 그러나 사기에서부터 시장예측과 상관습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로 돈을 날리는 투자기업도 많다. 외국 투자자인 '외상(外商)'이 안타깝게도 중국의 전통과 문화, 정치제도와 법적인 리스크 등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대승이 당초 2001년 6월부터 공장을 가동키로 했었으나 준공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 내 영업․사업관행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선 고객확보를 위해 '사전 마케팅(pre-marketing)'활동을 통해 목초액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품 출하 전에 제품 수용도 조사를 실시하고 시장 반응을 점검한 후 공장을 본격 가동키로 했다.

㈜대승의 장동훈 신사업팀장은 또 "사업승인단계부터 중앙과 지방정부에 사업내용을 미리 설명하고 지원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중국 중앙․지방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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