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총리. <제주투데이 DB>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과 4·3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다시 4월입니다.

62년 전 오늘,
이곳 제주도에서 일어난 비극은
제주도민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를 남겨 놓았습니다.

그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린들
깊고 큰 상처와 아픔을 달래드릴 수 있겠습니까?

무고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한 맺힌 절규와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삼가 머리 숙여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진 일이라고는 하나,
4·3은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참담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은 분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억울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너무 늦었다는 감이 듭니다만,
지난 2000년 비로소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되고
정부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도 이루어지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께서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뼈아픈 상처를 극복해 오셨습니다.

여러분께서 기울여 오신 정성과 노력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우리에게
소중한 표상이 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정부는 4·3사건의 역사적 교훈을 승화시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더욱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희생자 여러분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4·3평화기념관’이 문을 열고,
‘희생자 각명비’와 ‘행방불명인 표석’을 세운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유해를 안치할 ‘봉안당’도 곧 건립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출범한 ‘4·3평화재단’을 통해서도
다양한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물론 유가족 여러분과 제주도민들께서 느끼기에는
미흡한 부분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4·3의 진실을 밝히고
가신님들의 넋을 기리는 일에
나름의 열과 성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현대사의 아픔을 딛고
제주도를 평화와 번영의 섬으로 가꾸었습니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자유도시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오늘이 있기까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신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제주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뜻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다시 한 번 4·3영령들을 추모하오며
제주도와 도민 여러분의 앞날에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국무총리 정운찬.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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