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놓고 섹스를 말할 수는 없다. 섹스관련 정보와 음란물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터부다. 장애인의 성은 더더욱 그렇다. 장애인에게는 생존권, 이동권만 강조돼왔다. 성적 향유권 주장은 일종의 사치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영화 ‘섹스 볼란티어’(감독 조경덕·제작 아침해놀이)는 이러한 장애인의 성적 권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불법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세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방치된 중증장애인의 성과 인권을 전한다. 그러나 영화가 알리는 ‘섹스 자원봉사’는 사회적 논란을 부를 개연성이 크다.

더욱이 천주교 신부가 중증장애인의 성을 챙기고, 여성이 장애인을 위한 섹스 자원봉사자라는 사실은 종교적 시비와 함께 여성의 상품화라는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외면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민감하다. 감독도 이같은 점을 감안한 듯 섹스 자원봉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곳곳에 배치했다.

영화는 진정성으로 시종일관이다. 신부, 탈성매매 단체장이 섹스 자원봉사를 하는 여주인공의 엄마라는 설정을 뺀 나머지 모두는 취재가 바탕이 된 논픽션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극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장애인의 섹스 문제만 다루는 것도 아니다. 중증장애인도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욕을 지녔다는 상식에 주목했다. ‘성도 자원봉사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고민이다. 장애인의 성욕에 해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외면하는 사회에 주의를 환기하는 수단으로 섹스 자원봉사를 택했다. 일종의 고강도 충격요법일는지도 모른다.

손발을 못쓰고 말도 거의 못하는 주인공 ‘황천길’은 독학으로 시인이 됐다. 감수성이 예민한 천길은 자원봉사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짝사랑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e-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인 장애여성의 가족에게서는 물벼락을 맞는다. 장애인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신붓감을 찾는 광고를 냈다가 사기를 당한다. 장애가 악화돼 죽음을 앞두게 된 천길은 “죽기 전 따뜻한 체온을 느껴보고 싶다”고 바란다. “배는 안 고파요. 사람이 고파요”라고 외친다.

영화는 많은 것을 담으려 애썼다. 신부, 장애인, 집창촌 여성, 이들의 삶을 그려내려는 감독 지망생 여주인공, TV 시사프로그램의 취재 기자…. ‘자원봉사의 영역이 성을 포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답은 내놓지 않았다. TV 고발 프로그램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결국,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감독이 말한다. “영화에 대해 욕을 해도 좋고 칭찬을 해도 좋다. 다만 침묵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22일 개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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