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 시나리오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를 임상수 감독이 어떤 시각으로 파헤칠까 궁금했다. 임 감독과의 만남 자체가 내게는 도전적인 새로움이었다. 감독이 매일매일 어떤 디렉션을 줄까, 오늘은 나를 어떻게 당황스럽게 만들까를 생각했다.”

전도연(37)은 ‘칸의 여왕’이다. 2007년 한국배우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밀양’으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도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다. 임상수(48) 감독·전도연 주연 영화 ‘하녀’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전도연은 임 감독의 ‘오래된 정원’(2007)을 제외하고 모든 영화를 봤다. “알지 못하는 임 감독을 영화를 통해 본 느낌은 냉정했다. 주위에서도 ‘세다’, ‘강하다’는 얘기만 들렸다”면서도 “막연하게 한 번 같이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 ‘하녀’를 통해 만났을 때 임 감독이 뻔한 불륜적 소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호기심이 생기더라”는 회상이다. “같이 작업을 하다보니 마음이 따뜻하고 여리며 섬세하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표현방법이 세고 거칠다”며 “알기 전보다 훨씬 더 매력도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인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감독”이라고 추어올렸다.

‘하녀’는 힘든 촬영이었다. 목숨까지 걸 정도였다. 윗층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위해 난생처음 와이어 신에 도전했다. “매트리스 하나로 두려움이나 위험을 극복해야 했다”며 “이거 위험하다, 죽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만약 죽고 나서 실수였다고 하면 그만인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배우가 몸 바쳐 헌신하며 열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서운함이 있어 감독 앞에서 운 적도 여러번 있다”는 고백이다.

그렇게 촬영을 마쳤다.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현장은 즐거웠다.” “임 감독이 캐스팅 제의를 할 때 ‘제 파티에 응해주시면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촬영이 모두 끝나고 문득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 흥미로운 파티였다”는 것이다.

전도연은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지만 틀에 박힌 고정 이미지가 없다. 변신을 잘하는 배우인 셈이다. “작품에 대한 한계는 있지만 다양한 작품을 만난 것은 운이 좋은 케이스”라면서 “나는 미의 기준에서 떨어져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그런 내 이미지가 좋다. 내 얼굴, 자연스러운 부분에 만족한다”며 당당하다.

전도연은 또 칸으로 간다. “(2007년에는) 국제영화제 경험이 없어서 무지했다. 하지만 무지해서 도움이 됐다”며 “신선한 자극들을 받아 ‘내가 있는 세상은 좁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는 경험까지 보태졌다. “칸의 무관심 속에서도 당당하고 싶었다”면서 “저번에는 여유도 없었고 영화제를 즐기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앞과 뒤, 옆까지 보며 편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유를 드러낸다. 물론 “영화제 당일 순간에 직면하면 떨릴 것 같다”며 솔직하다.

‘하녀’ 자체 만으로도 자신만만이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화”라며 “감독부터 원작에 부담이 있었다면 못했을 것이고, 또 배우들에게 사전에 영화를 보라고 권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전한다. 리메이크 작이라는 느낌도 없었다. 다만 “관객들이 노출과 베드신 등 시각적인 것에 기대를 둔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귀띔이다.

“(극중 배역) 은이는 너무 순수하고 또 본능이나 욕망에 충실해 당당한 캐릭터”라며 “그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조차 은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릴 것 같았다. ‘저 친구는 뭘까, 왜 그럴까?’하는 물음표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순수함을 이해하고 나니 은이가 보였다”고 강조한다. 은이를 순수하게 바라봐달라는 주문이다. “감독은 이미 내게서 은이를 발견했다. 내 안의 나를 표현하라고 한 것이 고맙다.”

전도연은 드라마보다 영화가 좋다. 드라마의 제작현실 탓이다. “드라마는 영화처럼 오랜 시간 계획하고 전체로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끊임없이 시청자를 보면서 바뀌기도 하니 일을 즐기면서 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배우로서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는 판단이다.

한 아이의 엄마, 한 남편(43·사업)의 사랑스런 아내 전도연의 가정생활은 어떨까.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며 “안 하면 안 하지 제대로 똑부러지게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것 같다”고 외조를 넌지시 알렸다.

이번 칸영화제에는 가족을 동반하지 않는다. “앤절리나 졸리 정도되면 남편, 아이들과 멋있게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어넘긴다. “우리 가족은 따로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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