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조용한 시골.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미자(윤정희·66)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시 쓰기에 난생 처음 도전한다.

꽃장식 모자와 주름진 꽃무늬 치마 등 화사한 의상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소녀같은 할머니다. 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무심히 지나쳐온 일상을 주시하게 된다. 알지 못하던 세상이 보인다.

영화는 미자가 손자, 주변인물, 사건들과 맞닥뜨리며 경험하는 세상이 아름답거나 혹은 아름답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 그린다.

27일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시’(제작 파인하우스필름) 시사회에 이창동(56) 감독과 윤정희 김희라(63) 안내상(46) 이다윗(16) 등 주연배우가 참석했다.

윤정희는 “1966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했지만, 2009년 촬영한 시는 나의 제2의 데뷔작이라고 생각했다”며 “미자를 연기하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촬영하면서도 참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걸 바치고 열심히 해도 볼 때마다 내 연기에 불만이 많다”고 아쉬워하며 “마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 “배우로서 칸(국제영화제)에 간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참석하는 것 만으로도 무척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김희라는 “오랜만에 국보같은 여자 연기자와 연기해 떨려서 내 기본실력도 다 못나왔다”며 웃겼다. 안내상과 이다윗은 “영화에 참여한 것 자체가 너무 큰 기쁨이었다”고 이창동·윤정희의 네임밸류에 경의를 표했다.

이 감독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묻기 위해 만든 영화”라며 “관객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듣고 싶다. 영화 속에서 김용택 시인이 나오는 장면처럼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이 뭔지 관객과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알렸다.

영화 ‘시’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에 이어 이 감독이 다섯 번째로 연출한 작품이다. 제63회 프랑스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5월13일 개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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