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생이 됐어야 할 외아들 석규를 떠나보낸 지 어느덧 6개월. 시간은 흘렀지만 아들을 향한 그리움은 아직도 사무친다. 방문을 열 때마다 아들의 숨결과 체취가 느껴진다. 오늘도 아들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쏟아진다.

지난해 11월 신종플루로 아들을 잃은 탤런트 이광기(41)는 그래도 “고맙다”며 애써 웃어 보인다. “아들이 나를 많이 변화시켰어요.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제가 발 벗고 나설 때라는 걸 아들이 알려줬어요. 아들의 몫까지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거죠.”

이광기는 2월 초 아들의 사망 보험금 전액을 아이티 긴급구호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작년 11월부터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을 통해 석규와 나이가 같은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의 7세 어린이들을 후원해온 이광기다.

“2월11일에 (아이티로 봉사활동을) 떠나 20일 귀국했는데 너무 처참했어요. TV로 보는 것보다 더 참혹해요. 수 만 명의 아이들이 죽었는데 그 부모들은 얼마나 슬플까, 제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이광기는 아들이 남긴 그림으로 T셔츠 200여장을 만들어 현지로 가져갔다. “그곳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줄게 없을까 생각하다 아들이 그린 아빠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만들어 가져갔죠.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아이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잦아들었지만 아이티는 재건하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그 만큼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3월에는 아이티 아이들이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인데 왜 그런 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혼자 많이 울었죠. 제가 준 티셔츠가 너무 튀어서 총에 맞지 않았는지, 별의별 생각을 다했어요. 다행히 며칠 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이광기는 아이티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경매를 준비했다. 14일 오후 5시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아이티 돕기 자선경매’를 연다.

“화가 50여명으로부터 작품을 기증받았어요. 고마운 게, 다들 마음을 비우고 내주시더라고요. 경매 경험이 없는 분들이어서 처음에는 설득시키느라 진땀을 뺐어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참여를 원한 작가들은 배제시켰어요. 순수한마음으로 아이티 아이들을 돕기 위한 거잖아요.”

이광기는 “이번 자선경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이티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관심을 바랐다. 예상 낙찰률은 100%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작품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컬렉터 분들은 충분히 구매가 가능할 정도의 금액입니다. 안 팔리면 저라도 사야죠. 100% 낙찰률을 위해…, 하하.”

경매에는 국대호, 문형태, 최용대, 이승오, 최울가, 야오이 쿠사마 등의 작품 50여점이 나온다. 영화배우하정우와 구혜선, 가수 나얼, 개그맨 임혁필의 작품도 있다. 경매 수익은 전액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티를 돕는데 쓴다.

이광기는 “아이티 돕기는 계속 될 것”이라며 “경매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사이트 등을 통해 티셔츠를 판매해 아이티 학교 건립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전처럼 즐거워하면서 방송 활동도 하고, 특히 석규에게 보다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좀 더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며 가슴에 묻은 슬픔을 승화하고 있다.

“드라마 출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04년 KBS 2TV 시트콤 ‘달래네 집’ 이후 연기를 쉬었죠. 곧 드라마로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티 돕기 자선경매’ 프리 뷰는 7~13일이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