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배우 전도연(37)과 ‘핫’한 감독 임상수(48)가 만난 영화 ‘하녀’가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12~23일)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임 감독은 10일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자신의 영화와 자신, 전도연 등 배우들이 ‘핫하다’는 표현을 수 차례 썼다. 먼저 “나한테도 언젠가는 차례가 온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면서 “전도연이 그쪽에서 핫해서 업혀서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은 했었다”며 웃었다.

“(초청작) 한 편은 이창동 감독이 가는 것이었다”며 “본선 18편 중에 한국영화가 2편이나 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본선에 가게 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사이드 섹션만 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선 진출만으로도 이미 승자”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하녀’는 파격적이고 수위높은 정사 신을 펼치리라는 당초 예상과 다르다. “때때로 금지된 섹스가 무서운 점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감각적으로 찍으려 했고, 배우들의 전폭적 협조 아래 적절하고 임팩트 있게 감정 분위기를 전달하는 한 도구의 신으로 (섹스 신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또 “나처럼 섹스 신을 많이 찍은 사람이 없다”며 “독창적으로 새로운 섹스 신을 보여줘야 했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보는 것을 나와 전도연이 찍을 필요는 없었다. 진일보한 섹스 신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배우 이정재(37)도 칭찬했다. “이정재의 역할이 ‘넘버2’도 아니고 ‘넘버3’였다. 그런데 정말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 같다”며 “배우로서 그런 욕심이 왜 없었겠는가. 전도연과 윤여정은 아침부터 나오지만 이정재는 저녁 때 한 장면 나오고 다시 나간다. 이정재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짧은 시간에) 잘 살아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또 “이 역할에 떠오르는 젊은 핫한 배우를 섭외했는데 거절을 많이 당했다. 그래서 그 연기자들에게는 ‘더 커야 한다’는 고소함이 있다”는 솔내도 털어놓았다. “솔직히 섹스 신 포즈를 하는데 이정재가 자기 마음을 얘기하는 사람은 아닌데, 조금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절대 오버가 아니다. 재밌을 거야’라고 하면서 밀고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정재뿐 아니라 윤여정, 전도연 모두 내 지시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귀를 쫑긋 세워준 것이 감사하다”며 “칸에 진출하는 것이 커리어에 아주 중요한 것이고, 다음 작품을 하는데 선뜻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하녀’를 비롯한 자신의 영화에 대한 평가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영화와 관련한 리뷰에서 상류층에 대해 풍자와 조롱, 경멸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단지 그들의 삶을 사실적,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했다”며 “그런 이야기는 어떤 선입견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검사 아들을 둔 늙은 하녀 병식(윤여정)과 은이(전도연) 모두 더 행복하고 자유로울수 있으며 영혼의 고결함을 지키며 살 수 있는데 왜 그렇지 못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라며 “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한 것이지 비난이나 풍자의 마음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시니컬하다’, ‘민감하고 중요한 소재를 깊이없이 다룬다’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나는 훨씬 더 진지한 사람이고 연민을 가지고 세상과 사람을 보고 있는 감독”이라며 “다만 진지한 얘기를 진지하게 하는게 촌스럽고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주인집에 하녀로 들어간 은이가 주인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얽히는 이야기인 ‘하녀’는 김기영(1919~1998) 감독의 1960년 작을 리메이크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주인과 하녀의 관계라는 설정만 차용했을 뿐이다.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다.

임 감독은 “10년 전부터 김 감독이 재발견되기 시작했고, 젊은 감독들 사이에서 숭배를 했지만 난 관심도 많지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다”며 “그런 점에서 리메이크한게 이상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때 그 작품이 한국의 사회·경제적 모습을 잘 짚어내 흥행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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