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은 오른발․왼발․머리등 온몸에서 골이 터진다.공을 발에 달고 다니듯 하는 드리블 솜씨에 수비수는 범접하지 못한다.”

박주영이 27일 일본과의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2골을 넣어 3대0승리를 이끌자 그에 대해 쏟아지는 언론의 찬사다.

이와함께 “한국 선수의 기존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득점기계’, 남미스타일이 가미된 ‘퓨전형 스트라이커’“라며 박주영 열풍을 가속화시키고있다.

분명 영웅을 갈망하는 사회 상황에서 ‘박주영 신드롬’은 국민들에게 강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그무엇인가가 있다.

1970년대 이후 우리축구의 스트라이커는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으로 이어진다.

국가대표였던 이들의 전적을 청소년 대표인 박주영과 단순 비교 할 수는 없지만 지난 2년간 15경기에 17골을 터트린 것은 놀라운 득점력임에 틀림없다.

그런 박주영에게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벌써 “천재선수”의 칭호가 자연스레 나오고 “우리나라에 이런 선수가 있었느냐”며 열광하고 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고 국가대표팀에 즉시 발탁해야 한다는 인터넷 여론조사에 수만명이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박주영을 그냥 지켜보는 인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박주영은 이제 스무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식의 한때 화려했던 선수들이 천국에서 지옥으로 급전직하하는 경우를 보아 왔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차범근이다.

1997년 10월 4일 우리대표팀이 프랑스 월드컵예선을 통과하자 언론은 열광했다.
몇을 옮기면 대충 이렇다.

“차범근 감독 같은 대통령이 있으면 될 것 아닌가.하석주.유상철.이상윤 같은 선수들이 장관자리에 앉아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될 것 아닌가.”(M일보, 1997. 10. 6. 5면)

“한국선수들의 투자와 정신력 때문이라고 하지만 감독의 리더십에도 힘입은 바 크다. 차범근 감독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 같아보인다. 침착 냉정하면서도 오만하지 않는다”(D일보 1997. 10. 4. 5면)

“차범근 축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국축구의 고질인 근대적 주먹구구식을 과학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K일보 1997. 10. 20. 2면)

“스타 선수에서 스타감독으로 탈바꿈한 차범근, 평소 정직과 성실을 좌우명으로 수신제가를 이룬 차감독이 이제 ‘축구평천하’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J일보 1997. 10. 27. 14면)

“한해를 장식한 인물중에서 차범근 감독을 199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였다. ‘축구대통령’ ‘한국의 베켄바워’ ‘컴퓨터 지도자’그에게 주어지는 찬사는 끝이없다.(D일보 1997. 12. 30. 1면)

이같은 찬사는 부인에게 까지 이어졌다.

“오은미씨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아름다움은 남편 차범근 감독을 사랑하고 정성을 다한다.  촬영장에서 오씨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대목에서 진짜 눈물을 글썽거려 애틋한 사랑을 과시(?)했다. (S일보 1997. 12. 22. 25면)

"차감독 곁에는 집안살림과 아이들 교육은 물론 차감독의 건강관리와 트레이너 역할까지 거뜬히 해주는 아내 오은미씨가 있다.(M일보. 1997. 12. 22. 25면)

그러나 월트컵 본선 패배이후 우리언론과 여론은 차 감독을 땅바닥에 메쳤다. 지옥의 나락으로 밀어넣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그동안 차감독을 극찬했던 언론들은 차감독의 전술과 선수관계가 기본적인 것도 못갖춘 무능한 감독으로 낙인찍었다.

‘용병의 귀재’가 ‘고집불통’으로 바뀌었고 과학적인 전술관리를 위해 사용했던 노트북과 운동장에서 기도하는 모습까지 비아냥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언론사까지 “1년6개월간의 대비훈련,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이며 전력을 다지는데 부족함이 없는 긴시간 동안 관연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감독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부인도 함께 지옥에 떨어졌다.

월간지와의 인터뷰내용에 시비를 걸어 “내조에 문제가 있다” “상식이 의심스럽다”며 뭇매를 가했다.

영웅이 된 기간은 1997년10월4일에서 다음해 초까지 였고 메침을 당한 것은 다음해 6월중순부터였다.

축구협회가 “공을 잡은뒤 순간 스피드가 폭발적이고 프리킥의 정확도에서 최고수준”이라며 “당장 대표팀에 발탁하고 싶다”는 박주영. 그에게도 슬럼프가 없으리란 법이 없다. 아직 스무살. 어린나이에 너무 부담을 주지말고 오래 기억되는 “우리의 대표선수 박주영”으로 키울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아직은 청소년 대표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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