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의 경계에 있는 남녀 대학생, 엄마가 그리운 여자 중학생, 스스로에게 휴가를 선물한 중년여성….

아름다운 섬 제주를 중심으로 세 가지 색깔이 펼쳐진다. ‘제주 소개’가 목적인 만큼 영화는 다채로운 제주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대학동기생 준형(박상규)과 경미(박주희)가 이끌어나간다. 사진 공모전 주제로 제주를 선택, 배를 타고 제주로 향한다.

젊은이들의 여행답게 헝그리 정신으로 가득하다. 자동차는 언감생심이다. 걷다 지쳐 선택한 것이 자전거다. 호텔이 아닌 민박에 머물고 바다에서는 발랄하게 물놀이를 한다. 비오는 날에는 우비를 입고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달린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이들의 관계는 우정에서 사랑 쪽으로 점차 가까워진다. 때로는 싸우면서, 때로는 서로를 챙겨주면서 친구를 넘어 동반자가 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준형과 경미가 여행하다 만난 제주 해녀 할머니(오영순)의 손녀인 수연(김지은) 이야기다.

자신이 어릴 때 제주를 떠난 엄마(양은용)를 그리워하며 사는 수연은 방학을 맞아 엄마를 찾으러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엄마는 같은 제주도에 있었다. 딸을 외면해온 엄마에 실망한다. 이 같은 수연의 사연에는 제주도민들의 생활이 담겨 있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피자를 시켜먹고 방파제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방학 때는 서울에 간다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무심하게 바닷가를 거닌다. 덤덤한, 그러나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중년 은희(김유미)의 자아찾기 여행이다. 아이와 남편이 인생의 전부인 주부 은희는 어느 날 정작 자신에 대해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 제주 여행길에 오른다.

중년여성의 나들이는 알뜰하면서도 럭셔리하다. 렌터카를 몰고, 할인쿠폰으로 전망이 좋은 호텔에 머무른다. 수목원, 미술관 등지를 둘러보고 예쁜 카페로 들어가 맛있는 커피도 마신다. 집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즐기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돌아갈 가정이 있기에 더욱 여유로운 여행이다.

배창호 감독은 “풍경을 그림엽서처럼 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제주의 모습이 아닌, 입체적이고 다양한 제주를 감상할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제주 여행’의 따뜻함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20일 개봉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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