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연동사거리에 ‘연길진달래반점(延吉金達萊飯店)’이라는 중국식당이 있다. 2000년 여름 문을 연 이곳은 200평 남짓한 건물에 주방장을 포함해 중국에서 온 6명과 내국인 3명 등 모두 9명이 종사한다.

문을 연지 3년, 중국 연변의 본점 맛과 양(量)을 고집하는 바람에 개업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본래의 고유한 맛을 지키며 한국사람들의 기호를 수용해 음식을 내자 입소문으로 전해져 지금은 해볼 만한 모양이다.

연길에 본점을 둔 이 식당은 중국 전역에 9개의 분점을 갖고 있고, 머지않아 북경(北京)점이 문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조선족’으로 부르는 재중동포 최기옥씨(여·49)가 대표이며 남편은 연변대 교수인 고영운씨로 일제와 문화혁명때도 자신의 족보를 숨기고 지켜온 탐라성주 고씨의 후손이다.

이들의 제주와 인연은 90년 사진촬영을 위해 백두산을 찾았던 사진작가 이경서·서재철씨와 동행한 현재 제주점의 대표격인 강태영씨 등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우연한 만남에서 ‘백두산 형제’가 될 것을 다짐한 이들의 우의는 두터워 연변의 고씨내외가 몇차례 제주를 출입하게 됐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미화 8만불을 투자 현재 이곳에 ‘연길진달래 반점’의 간판을 내걸게 됐다. 일반 중국식당 대표음식인 자장면과 짬뽕 등을 팔지 않는 것에서 보듯 꽤나 고집스럽게 중국맛을 고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호중의 ‘진달래’는 김소월 시(詩)에 나오는 진달래꽃이 아니고 한자로 표기하면 金達萊(금달래)로 직역하면 “돈이여! 빨리오라”는 뜻쯤에 해당한다고 한다. 1~2년 단위로 연변에서 동포요리사 등이 교대 근무를 한다.

백두산을 찾았던 사람이면 한번쯤 들른적이 있는 연변의 본점은 5층과 6층 건물이 두 채인데 국수(냉면)에 쓰는 육수를 위한 고기만도 소 한마리분, 하루 배출하는 음식폐기물도 10드럼통이나 된다. 이제 이 식당은 제주 진출의 3년을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 일본과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다국적기업으로의 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슨 중국식당 하나를 장황히 설명 하느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식당은 단순한 자장면집과는 다르다. 다름아닌 재일동포 김화수·김홍주 형제가 투자한 핀크스 골프장과 함께 제주도의 외자유치 1호 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제주와의 인연과 내부사정까지 소개 한 것이다.

그것도 순수 민간인들끼리 인연으로 유치하고 문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유치액은 미화 8만불 밖에 안되지만 지방정부가 도백이하 엘리트 공무원 수십명이 동원되고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는 유치활동에도 실적이 전무한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것도 앞의 김화수 형제와는 달리 공산주의 국가에 거주하는 동포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생각조차 힘든 여건에서 했다는 것이다.

투자과정, 재료와 주류 등 통관과정, 3년여에 이르는 경영과정에서 이루 다 표현키 힘든 일들이 많지만 “제주도 외자유치 1호”라는 자긍심으로 연동사거리에 버티고있다.

‘프로젝트’라는 외래어로 포장된 거창한 계획도 좋고, 거간꾼들의 잔치로 끝나는 본전도 못 건지는 투자유치설명회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그간 거창한 외자유치 활동을 펴온 관계기관이나 공무원들은 지금이라도 도청 뒷편에 있는 외자유치 성공의 현장 ‘연길진달래반점’을 눈여겨 보며 거울 삼아야 한다.

그래서 ‘연길진달래반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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