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차원의 첫 교류사업이라는 ‘민족평화축전'이 우여곡절끝에  5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반세기 넘게 서로의 가슴속에 응어리지게 만들었던 반목과 대립이 컸던 때문이었을까.

‘해방 공간’ 제주에서 만난 이번 남북 주민들은 마치 ‘작은 통일’을 이룬듯 벅찬 감격을 맛봤다.

이번 축전은 문화예술체육교류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문화’가 빠진 ‘체육행사’로만 치러졌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그리고 예상됐던 외신과 중앙매스컴의 무관심으로 ‘도민 잔치’로 전락했다는 씁쓸한 뒷평도 나온다.

아쉽게 끝난 '한민족평화축전'

우리가 이번 축전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낀 것은 한반도 북쪽의 사람들이 한반도의 끝 제주에 있는 남쪽 사람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통일’을 열망했고 ‘하나된 조국’을 희망했다.

단지 반세기가 넘은 단절된 역사속에서 사고와 생활방식, 그에 따른 문화적 차이를 느꼈을 뿐이다.

따라서 이는 또 다른 ‘이름’의 ‘문화 교류’였다고 할 만하다.

남북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폐막식 이튿날 제주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북측 참가단이 ‘참가비’ 명목의 개런티 계약 이행 문제를 놓고 적잖은 ‘신경전’을 벌였다.

한쪽은 ‘약속대로 돈을 달라’고 했고, 다른 쪽은 ‘계약 차질을 빚은 만큼 조절해달라’는 것이었다.

정치적 '악용'  말아야

사실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남북 관계’에 있어 ‘자본(현물)'이 따라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순수한 민간교류 행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거나 남북문제의 도구로 ‘악용’하는 점일 것이다.

어쩌면 북의 입장에서는 북한 예술단과 취주악단은 꽤 짭짤한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곤 했다.

북측의 이번 축전 참가 역시 ‘외교’와 ‘외화 소득’의 한 수단으로서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북쪽 위정자들의 생각일 뿐 일반 북한 주민들의 뜻은 아니다.

남쪽의 국민들이 자국의 정권과 정치인을 욕하며 가끔 술안주로 삼 듯, 북쪽 역시 정권과 위정자를 일반 서민과 구분해서 볼 일이다.

서로 함께 민족교류행사를 치르는데 왜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돈을 내줘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당신이 누군가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풀었을때 왜 돈을 주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이미 북측에 전해졌다는 ‘참가비’ 명목의 일부 계약금이 북한 주민의 생활고 해결과 복지를 위해 잘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쪽 사람들이 마지막 제주도를 떠나기 직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고려항공기 안에서 저녁으로 ‘컵라면’을 먹었다는 게 몹시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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