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균 마을회장은 19일 해군기지 입지를 재선정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제안서를 우근민 제주지사에게 전달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해군기지 입지 재선정을 제주도에 공식 요청한 가운데, 우근민 제주지사가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19일 오전 11시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제안서를 전달하기 위해 제주도청을 방문한 강동균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회장 등 7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우 지사는 강동균 회장으로부터 제안서를 전달받은 후 "강정주민들이 귀중한 의견을 모아서 전달해준 이 제안서의 내용을 갖고 바로 도의회와 의논하겠다"며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종교단체와 찬성측을 만나서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기지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형제들이 제사도 같이 안 지낼 만큼 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겪은 데 대해 도정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해군기지 문제도 중요하지만, 마을이 다시 하나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갈등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 내 아이디어를 짜내서 마을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 보겠다"며 "국가안보를 위해서 일하는 해군, 정부에 대해서도 큰 감정을 갖지 말라. 국가를 위해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이번 제안서 전달은 해군기지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강정총회, 주민투표들 거친 제안내용은 모두가 납득하는 절차를 거쳐 주민의 뜻을 모아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강정의 제안내용에 대해)언론에서는 이게 갈등해결의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고 한다. 힘을 모아 기회로 활용해 보자"면서 "앞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균형감각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우 지사는 해군측 가설사무소 설치에 대해 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우 지사는 "해군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 왔는데 잠잘 곳과 사무 볼 곳이 없다는데 마음이 약해진다. 여러분 아이들도 군대가지 않냐"면서 "그런 것까지 안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마을회장이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지난 행정은 닫힌 행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민 아버지로서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열린 행정의 모습이 반갑다"며 "우 지사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에 진실성이 엿보여 마을 주민들 마음도 움직였다"고 말했다.

한편 강정마을회는 제안안을 통해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타당성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주민의 동의하에 해군기지 건설 후보 지역을 재선정하는 것을 비롯해 주민 의견에 따른 후보 지역 발전계획 수립, 정당한 절차에 따른 후보 지역 선정을 제안했다.

또한 입지 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진행하되 도·도의회·강정마을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주민 의사 반영한 강정마을 종합발전계획 수립 및 수정을 제시했다.

강정주민들은 17일 강정의례회관에서 지난 9일 마을총회를 통해 채택된 ‘강정마을회 해군기지 대처 방안 제안’에 대해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 투표자의 76%가 해군기지 대처 방안 제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뤄진 주민투표에는 총 648명이 투표했으며, 찬성 492명, 반대 144명, 무효 12표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제주투데이>

 

 

<양두석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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