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31일 열린 제주도민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를 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주평화포럼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31일 400여명이 도민이 참석한 가운데 낮 12시10분께부터 2시까지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4.3에 대한 정부차원의 첫 사과를 공식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은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입었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신속한 명예회복 등 제주4.3사건진상규명위원회(4.3중앙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 봄 기념식때 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려 했으나 4.3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가 미처 마무리가 안돼 못했다"며 "내년 4.3 기념식때 입장을 발표할 생각했으나 총선이 예정돼 있는 등의 정치일정으로 인해 오늘 하게됐다”며 이날 입장표명을 하게 된 경위를 말했다.
대통령은 또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는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 더욱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가치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며 "폐허를 딛고 맨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을 재건해낸 도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해와 협력으로 이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의 세계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오늘 정부의 이 사과가 모든 과거의 매듭은 아닐 것이다"며 "다만 이제 과거를 정리해 나가는 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앞으로 4.3사건 같은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정부의 역사세우기 작업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 “제주특별자치도 지원하겠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제주는 나름대로 특수한 발전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며 “내부적인 의사결정을 이루고 정부에 건의하면 과감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해 관계에 따라 목소리가 제각각이면 어렵지 않느냐”며 “임기안에 ‘제주특별자치도’를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도민들의 입장이 한 가지로 모아진다면 전폭 지원할 것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감귤산업과 관련해 “감귤농가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생산을 줄이기위한 폐원보상비 문제는 지사와 더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농가들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며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중국관광객에 대한 무사증 입국이 제주관광에 큰 도움이 됨으로 확대해 달라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밀입국이나 불법취업 등의 문제와 얽혀 있는 문제로 시간을 좀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도민과의 대화에서 노대통령은 4명의 각계대표로부터 4.3, 감귤, 관광, 여성 관련 질의를 받고 이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다음은 31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노대통령 도민과의 대화 내용(전체)


<참석자 질문>
△ 이성찬 4·3 유족회장=오늘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국가 원수이신 대통령께서 (4·3 당시) 무고한 양민 학살에 대해 도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 주신데 대해 기쁘고 감사드린다. 4·3 유족들과 도민들은 대통령을 믿었고 약속을 지켜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약속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도민과 유족 대표해서 여러분께 감히 한가지 제안드리겠다. 이토록 도민의 마음을 헤아려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준 대통령께 기립 박수를 보냅시다. 도민과 유족들에게 호소드린다. 이제 과거의 아픔과 증오, 갈등을 모두 풀어버리자. 마음속에 묻었던 한을 털고 용서하고 포용하고 평화의 섬 구축에 모두 앞장서서 평화로운 섬 조성에 이바지하자.

△ 김완덕 국제여행사 대표이사=중국인에 대한 제주 무비자 입국제도를 시행중인데 중국 인 유치시 5명이상 돼야 무비자 해택이 주어진다. 현지에서는 보다 많은 관광객 보내는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 2명 이상시 무비자 입국이 될 수 있도록 건의드린다.
중국인중에 소수이지만 불법 이탈자 발생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개인 사업자가 불법 이탈자에 대해 책임지도록 돼 있다. 책임한계를 관계부처에서 보완해주시길 건의드린다.

△ 강인선 도농어업인단체협의회장=제주도 감귤산업은 제주도민의 생명산업이다. 감귤 구조조정 위해 감귤원 폐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생명산업인 제주감귤을 경쟁력있게 키울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현금선 제주도농가주부모임회장=삼다의 섬 제주여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 제주여성인 강금실 법무장관이 참여정부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해 자부심 느낀다.

<노무현 대통령 답변>


▲  “4.3지원 어긋나지 않게 할 것”

이성찬 회장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작은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준데 대해 감사합니다.
이미 저도 말씀드렸고 이 회장님도 말했듯이 (4·3관련사업) 후속조치들이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도 적극 검토해서 (4·3정부) 위원회의 권고사항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다만 위원회가 제도와 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대화해 조정해 나가겠다. 그리고 박수도 모아줘서 감사하다.(좌중 웃음)
생각해보면 열심히 못자리 하는 사람도 있고 논 메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타작 마당에서 거두고 생색내는 사람도 있다.
사실은 4.3특별법은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 시절에 대통령이 마음먹고 만든 법이다. 제가 오늘 받은 박수가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받는 박수로 생각한다. 마음에 미안함이 있다. 타작도 일이다. 감귤이 잘 익어도 따야 감귤이다. 제가 박수를 받았지만 제가 부탁도 하기전에 4.3특별법을 심고가신 김대중 대통령께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신 것으로 이해한다.

▲  “중국인 무사증 입국 조금 기다려 달라”

그 다음에 중국인 무사증제도 문제가 있다. 이게 제주도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런데 사증 없이 와서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그게 밀입국이죠. 취업을 하면 불법취업이다. 국가로선 방치할 수 없는 문제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지금의 질서를 유지하고 특별한 정책을 마련할때까지 단속을 안 할 수 없다. 단속이 어렵다. 처음부터 생기지 않도록 방어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중국인 단체관광의 제주유치에) 불편할 것이다. 제한하는 것 잘 이해해 달라. 이 자리에서 약속할 수 없다. 건의로 받아들여 검토하겠다. 외국인취업 합법적 제도의 틀이 좁아 불법취업이 많았다. 합법적 틀을 열어 적정 관리하는 대신 불법취업을 엄격히 단속할 수 밖에 없다. 취업 내지 입국 질서가 잘 되면 도망가도 별 수 없다. 취업 못하면 다른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고용허가제가 잘 정비되는 과정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유치문제도) 같이 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기다려달라.

▲  “감귤 어려움 잘 알아”

감귤 구조조정, 어려움 잘 알고 있다. 그때 우근민 제주도지사께서 (청와대에) 오셔서 350㏊(감귤 폐원면적)에서 1000㏊로 올려달라고 한건지, 1000㏊를 따로 달라고 한건지 모르나 해드렸는데 왜 또 달라고 합니까.<좌중 웃음>
일단은 내년에 다 하니까 다시 한번 보자. 부탁드리고 싶은 건은 돈 많은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지만 세금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국민의 돈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효율성과 이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밀어줘서 2배의 효과가 나면 더 밀어주는 것이다. 원칙은 스스로 해결하는 게 낫다. 공동의 생산자는 조합이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폐원하면 폐원하지 않고 감귤 하시는 분은 덕 보지 않겠느냐. 많이 좋아졌다. 수입이 많아졌다. 농민들이 자기 앞길 닦아 스스로 계획 세우고 나가는 것이다. 유통센터도 같은 이치다. 스스로 시장성, 채산성을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부산 지역구 활동할때 농민들이 가끔 주장하는 게 있다. 해놓으면 적자보는 시설을 하면 안된다. 적자나도 계속 밀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국가가 부도나게 돼있다. 이런 점 노력해달라.
감귤 폐원은 내년 해보고 사정 봐가면서 다시 지사와 의논해 보겠다. 농민들 스스로의 자조 노력을 했으면 한다.

▲  “제주는 나름대로 특수한 발전방향 잡아야”

제주는 나름대로 손발 맞춰 독특하고 특수한 발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서울, 부산 등의 경우는 대도시로서의 특성 때문에 공통점이 없어 구별이 되지 않는다. 전남, 경남 등은 같은 영역이 많다. 똑같이 농업과 유통을 갖고 있다. 제주는 다른 도시보다 특별한 자기 방향이 있기 때문에 그 방향을 잡아야 한다.
내부적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결정된 것은 정부에 과감하게 던져주면 수용하겠다. 속도를 내려면 내부 의견 조율이 잘 돼야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가 다르면 어렵다.
특별히 유념해서 토론으로 자기 의견을 물러나서 양보도 할 줄 알고 그렇게 추진하면 중앙정부도 밀어드린다. 돈도 밀어드리고, 돈을 주는 방법은 하나하나 용도를 지정해 주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의 방향으로 바꾼다.

▲ “임기내 '제주특별자치道' 원하겠다”

특히 제주도에 대해서만 따로 말씀드린다. 제주 스스로 자기발전 방향을 스스로 추슬러 나가면 제 임기안에 ‘제주특별자치도’로 그렇게 한번 지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무조건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다. 도민의 의견 따라서, 창의적인 방향 설정에따라 중앙정부의 간섭 배제할 수 있다.
된다 싶으면 집중 지원이 가능하다. 이것은 제주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이는 모델케이스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 협의하자. 권한을 대강 넘겨주는 수준이 아니라 세금도 따로 부과할 수도 있고 깍아줄 수도 있고, 그 밖에 행정규제도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권한 이양하면서 자치도란 이름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복안 갖고 있다. 여러분이 방향 잡아서 제안하면 힘껏 도와드리겠다. 큰 건 하나 하자. 제주 여성들 힘드시죠.

▲  “제주출신 강금실 장관 당차게 일한다”

제주여성 잘 밀어주라고 했는데, 그러겠다 잘 모시겠다. 강금실 장관 잘 알죠, 당차게 잘한다. 너무 잘해서 대통령도 요새 골치 아프다(좌중 웃음). 세상이 바로 가는 것이다. 저도 어렵고 다른 정치하는 사람도 어렵다. 습관을 바꾸는게 어렵고 흉을 드러내는 게 어렵다. 그러나 흉을 드러내고 벌 받을 건 받고 사죄하고 습관을 바꿔야 나라가 바로 가고 정치가 바로 간다.
저도 부끄럽고 아프고 그렇다. 당찬 장관, 소신 있는 검찰해서 좀 소신껏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똘똘한 장관 배출한 제주도민께 감사드린다. 견품이라는 말 있죠, 맛봬기 이죠. 제주여성이 좋은 모범과 자질 보였줬다.
앞으로 제주여성이면 묻지 않고 쓰겠다. 제주남성도 잘 모시겠다. 감사하다.
이후 대통령 내외퇴장(좌중 박수와 고맙다고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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