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지 5일째인 15일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2호기와 4호기가 잇따라 폭발했다.

특히, 원자로 2호기를 덮고 있는 격납용기가 파손되면서 방사선이 누출돼 일본 전역이 방사능 대재앙의 우려로 초비상이 걸렸다.

또 5호기와 6호기 냉각장치에서도 이상이 감지됐다고 에다노 유키오(技野幸男) 일본 관방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에다노 장관은 5호기와 6호기의 냉각장치 이상으로 온도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며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전 2호기·4호기 잇따른 폭발

이날 오전 후쿠시마 원전 2호기가 폭발했다. 특히, 과열된 원자로를 덮고 있는 격납용기의 뚜껑이 손상을 입으면서 방사선이 누출됐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Tepco)에 따르면 폭발 이후 오전 7시50분께 방사선 수치가 1941 마이크로 시버트를 기록했으며, 오전 8시31분께는 8217 마이크로 시버트로 4배 이상 상승했다.

2호기 폭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4호기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폭발이 일어났다.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이날 TV 연설을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3개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며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고 더 많은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에다노 관방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에서 화재가 일어난 뒤 폭발해 많은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며 "방사능 수치가 건강에 위험을 줄 정도로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후쿠시마 원전 3호기 주변에서 측정된 방사선 수치는 시간당 최대 400 밀리시버트(mSv)로 나타났다. 400mSv는 인체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상당한 양이다.

에다노 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수치가 폭발 전에 비해 수천 배 상승했다"며 "2호기와 3호기 사이에서 30 mSv, 3호기 주변에서 400 mSv, 4호기 주변에서 100 mSv가 각각 측정됐다"고 밝혔다.

◇인근 지역 방사선 수치 상승…공포 확산

후쿠시마 원전의 잇따른 폭발로 방사선이 누출되면서 일본 전역은 방사능 대재앙의 우려가 고조됐다.

인근 지역에서 일제히 방사선 수치가 상승했으며, 수도 도쿄에서도 방사선 수치가 정상보다 높아지면서 시민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후쿠시마 남부 이바라키(茨城)현 곳곳에서는 방사선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타치오타(常陸太田)시에서는 방사선이 정상 수치에 비해 100배 정도 높아졌으며, 나카(那珂)시와 히타치(日立)시에서도 방사선이 정상 수치에 비해 10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도쿄 서부 가나카와(神奈川)현에서는 정상보다 9배 정도 높아졌으며, 도쿄 북부 마에바시(前橋)에서는 정상보다 10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埼玉)의 방사선 수치도 정상의 40배에 달했다.

결국 방사선 누출은 도쿄까지 영향을 끼쳤다. 도쿄 당국은 인체 건강에 대한 위험은 없지만 정상보다 높아진 미미한 수준의 방사성 수치가 측정됐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바람 방향이 남쪽으로 바뀌면서 도쿄도 초비상이 걸렸다.

도쿄를 탈출하는 시민들이 늘어났으며, 대재앙에 대비해 미리부터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시민들도 증가했다. 도심 곳곳 상점에서는 일부 시민들의 사재기로 라디오와 양초, 손전등, 연료, 침낭 등이 모두 동이 났다.

도쿄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낮은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바람이 기류에 휩쓸려 10시간 안에 도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공식 희생자 6000여명

방사능 대재앙의 공포가 일본 전역을 강타한 가운데 희생자도 늘어났다.

일본 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사망자는 2478명, 실종자는 361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야기(宮城)현에서만 총 1254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본 현지 언론들의 사망 및 실종자 수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정확한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 수는 계속해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사망자 1만1000여명, 실종자 4만여 명 등 전체적으로 5만1000여명이 희생됐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구하자"…팔 걷어붙인 전 세계

전 세계 각국은 이날 일본을 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방사능 대재앙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일본에 핵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손을 맞잡았고, 영국과 프랑스 등 핵 강국들도 일본에 핵 전문가 파견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동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과 잦은 마찰을 빚었던 중국도 일본에 대한 지원에 선뜻 나섰다.

10년째 전쟁의 참화로 고통을 겪고 있어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프가니스탄도 일본에 구호 성금을 전달하는 등 최악의 참사에 세계 각국의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원조 의사를 전달한 국가는 91개국이며, 15개국으로부터 수색 및 구조팀과 의료팀 등의 원조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지원을 요청했다.

◇주가, 날개 없는 추락

방사선 누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주가의 날개 없는 추락도 계속됐다.

일본 닛케이 225 평균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1015.34포인트(10.55%) 하락한 8605.15에, 토픽스지수는 80.23포인트(9.5%) 하락한 766.73에 거래를 마감했다.

닛케이지수가 전날 6.2% 하락한데 이어 이틀 연속 대폭락을 계속하면서 도쿄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은 7200억 달러(약 815조원)나 증발했다. 닛케이지수와 토픽스지수는 2008년 10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달러당 81.68엔을 기록,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카산 증권의 히데유키 이시구로는 "모든 초점이 방사능 오염에 맞춰져 있고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내 펀드들이 강한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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