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시마(일본)=AP/뉴시스】일본 동북부 강진 7일째인 17일 후쿠시마현 인근 바다에서 자위대 헬기가 다이이치 원전 냉각수로 사용할 바닷물을 퍼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방사선 대재앙의 우려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1, 2, 3, 4호기의 냉각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4호기의 핵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상 최악의 핵 참사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17일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의 냉각수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NRC 그레고리 재스코 위원장은 이어 "4호기의 방사선 수치가 너무 높아 근로자들의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 관료들이 후쿠시마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상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Tepco)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면서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조에 냉각수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에 전문가를 파견한 NRC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상황은 치명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핵 전문가들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는 12m 정도 깊이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최소 2.4m 정도 냉각수가 남아 있어야 한다.

냉각수가 없을 경우 사용후 핵연료봉은 공기에 노출된다. 공기에 노출된 핵연료봉은 온도가 상승하면서 과열되고 결국 핵연료가 녹으면서 대량의 방사선 누출이 불가피하게 된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대규모 방사선 누출과 핵연료봉 과열로 일본의 핵 위기가 사상 최악의 위험한 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을 역임했던 빅터 길린스키는 "원자로 격납용기가 뚫린 점을 감안하면 사용후 연료봉 저장 수조에 냉각수가 없을 경우 실제 방사선 유출 정도는 체르노빌 당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원자력공학과 피터 호스만 교수는 "현재 방사선 보호복을 착용하더라도 사용후 연료봉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자로가 과열됨에 따라 방사선 누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원자력발전소 시공업체인 아레바 미국 지부 타라 나이더 최고경영자(CEO)는 "냉각수가 메말랐기 때문에 원자로가 불안정해졌을 것이고 방사선 수치가 상승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진화가 더뎌지면서 일본 열도에 대재앙의 불길한 전조가 드리우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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