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폐 1만엔 짜리에는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게이오(慶應) 대학 설립자인 그는 자신이 창간한 신문 시사신보에서 탈아론(脫亞論)을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탈아론은 “한국과 중국은 무식하고 야만적이기 때문에 일본이 주체가 돼 세계를 제패해야 한다”는 소위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의 주창이었다.

그 후 120년이 지난 지금 후쿠자와를 흉내낸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1999년 “헌법을 고쳐 대동아공영권을 구축해야 한다"는 망언을 시작으로 잊을만하면 거침없이 퍼붓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도지사가 대표적 인물이다.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외국인들이 폭동을 일으킬지 모른다(2001년 4월), 한일합방은 조선인들의 협의로 이뤄졌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는 인간적이었다(2003년 10월) 등등의 대표적인 것이다.

원래 소설가인 그는 이미 오래전에 미국에 대해서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 돼야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1989).

최근에는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가나가와(神奈川)현지사가 “중국인 유학생은 모두 좀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6월 “창씨 개명은 조선인이 먼저 원했다”고 말한 아소다로(麻生太郞) 자민당 정조회장은 망언 후 총무성 대신으로 입각했다.

망언에 이어 우익 중심의 재무장의 깃치도 한껏 높이들고 있는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엊그제 ‘자위대는 군대'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최근 이들의 망언 형태의 다른 양상은 과거 우리나라 일변도에서 그 폭을 중국까지 확대해 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시하라가 최근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에 대해 “중국인은 무지하기 때문에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

이는 그들의 글 ‘가나’가 한자에 기초하는 등 문화적 열등의식으로 지금까지 중국 비판을 삼가 온 것과는 판이하다.

엔화의 강세나 경제 대국의 역량을  발판으로 한국과 중국은 무지 무식하기에 다시 한 번 ‘탈아’를 하자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이들은 어찌 보면 조직적이고 끈질기게 망언을 내뱉고 역사를 왜곡하는데 비해 우리의 대응은 단타성이고 너무 안이한 것이다.

최근 이시하라의 망언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의 대응은 격이 떨어진다면서 서울시장이나 서울시 대변인의 성명으로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대선자금 정국으로 집안싸움에만 열을 올려 일본이 우리를 깔보는데는 애써 외면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로 그들의 망언에 대해 전에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우리 내부가 약하고 일사불란하지 않기에 우습게 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와 선조까지 형편없는 국민으로 얇잡아 보는 데도 괜찮은 것인가.

그들의 망언(妄言)은 이제 만행(蠻行)으로 정의해야 한다.

만행은 사전적 의미로 ‘야만스런 행위’를 말한다. 야만(野蠻)은 문화정도가 낮고 미개함과 교양없고 예의를 모르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기에 만행이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침없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들의 망언, 만행에는 걸맞지 않지만 정중하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이시하라 지사! 이제 그 야만스런 소설에 마침표를 찍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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