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잘 알려진 에바 롱고리아(36)와 미 프로농구(NBA) 토니 파커(29·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지난해 파경을 맞았다.

세기의 커플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들을 갈라놓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서로간의 성격차이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파커의 외도 때문이었다.

파커는 같은 팀 선수의 부인과 지난 1년여간 몰래 문자를 주고받았고 페이스북(Facebook)을 이용, 지속으로 연락을 취한 것을 롱고리아가 발견하면서 파탄이 시작된 것이다.

롱고리아의 친구로 알려진 마리오 로페즈는 "롱고리아는 파커가 이전에도 결혼 생활 중 바람을 피우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계속 여성과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남겨진 붉은 립스틱 자국은 과거 이혼 소송에서 단골 증거로 애용됐지만 이제는 페이스북이 대신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맥을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불성실을 입증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혼사유인 배우자의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성격 차이'를 증명하는 증거로 페이스북에서 찾아낸 글이나 사진을 내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나 사진을 보고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다투거나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30대이상 연령층 페이스북 이용 급증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SNS 웹사이트 중 하나다. 한국의 싸이월드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13세 이상이면 누구든 이름·이메일·생년월일·성별 기입만으로 간단하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친구 맺기'를 통해 많은 이들과 웹상에서 만나 각종 관심사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다양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특징도 있다.

2004년 2월4일 당시 19살이었던 하버드대학교 학생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학교 기숙사에서 사이트를 개설하며 창업한 것이 시초가 됐다. 2008년부터는 세계 최대의 SNS 사이트였던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따돌리고 SNS 분야 선두주자로 나섰다.

페이스북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방문자 수가 페이스북에 역전당한 것이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올해 월평균 1800만명의 방문자 수를 유지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방문자 수가 6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8월에는 1593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페이스북 방문자 수는 점차 늘어나 지난 8월에는 1633만명을 기록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앞질렀다. 특히 30대 이상 연령층이 페이스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전체 방문자 수를 끌어올렸다.

페이스북의 국내 방문자 수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100만명 수준이었다. 이는 1년반만에 방문자 수가 16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가정파괴의 원흉'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우리나라에서도 졸지에 '가정파괴의 원흉'이 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최근 큰 아픔을 당했다. 부인의 입에서 나온 '이혼'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이들 부부가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동기는 A씨의 페이스북이 원인이 됐다. A씨는 몇년전부터 사회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여성 4명과 친구가 됐다. A씨는 자연스럽게 사진을 올리고 이들과 글도 교환하게 됐다. 특히 이들 여성중 한명과는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됐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A씨의 부인은 어느날 남편의 페이스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믿었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외도의 증거들은 고스란히 페이스북에 담겨져 있었다. 결국 A씨 부부는 백년가약을 뒤로한 채 서로 남이 되기를 선택했다.

페이스북은 이혼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배우자가 바람을 핀다는 오해 탓이다.

 


직장인 B씨는 부인의 느닷없는 이혼 요구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혼 요구의 발단은 B씨가 외도를 한다는 부인의 심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실은 이랬다. B씨는 페이스북에 가입하면서 남자 5명과 여자 4명을 친구로 등록했다. 평소 다른 여자와 연락하는걸 무척 싫어하는 스타일 탓에 언제나 바람을 피운다는 오해를 사지 않게 언제나 조심하곤 했다.

B씨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글로 대화를 이어갔다. 어느날 B씨의 부인은 남편의 이메일을 살펴보던 중 페이스북에 들어가게 됐다.

이곳에 남겨진 게시물들을 보며 B씨의 부인은 남편의 외도를 확신했다. 친구수락 자체가 외도를 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B씨는 부인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지만 허사였다.

완강한 부인의 마을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B씨는 부인에게 끈질기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백을 입증했다.

B씨는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다 난다. "다행히 오해를 풀고 화해를 했지만 아직도 생각만하면 아찔합니다. 페이스북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니까요."

실제로 페이스북 때문에 이혼을 상담하는 경우는 많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우리나라에서는 1~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다 보니 전체적인 이혼사유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상담요청은 꾸준하다고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우리사회에서 1~2년전부터 사용됐기 때문에 관련 상담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전체 이혼사유 중 미비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상담추세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많지는 않지만 서서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한달을 기준으로 5%정도는 페이스북 때문에 상담을 한다"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그 비율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 줄여야"

페이스북으로 인한 이혼은 물론 외도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전문가들은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페이스북을 인맥구축 등과 같은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사용해야지 배우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을 게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에게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친밀감 있는 호칭이나 말 등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 오해를 줄 수 있다. 배우자에게는 정서적으로 상처가 남을 수도 있다.

박 위원은 "서로간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글을 올릴때 신경을 써야한다"며 "불신과 오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오해의 불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단 이성간의 행동에서는 무조건 조심하는게 가장 좋다"며 "페이스북에서의 말투나 사진 등을 통해 오해를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사실대로 의견을 전달하는게 가장 좋다"며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나 상처가 더 쌓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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