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12일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일, 꽃샘추위 속에서도 강정엔 따스한 바람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강정 구럼비 바위 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6일째. 연이은 격렬한 충돌이 오간 뒤였다. 이날 오전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와 강정교, 강정항 포구 주변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한산했다.

마을 언저리 곳곳엔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해군기지 사업단과 공사장 정문 앞에서 진을 치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차가운 길바닥에 나란히 앉아 시위를 벌이는 마을 사람들은 소소한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 때론 웃음도 보여줬다.

▲ 카약을 바다에 띄우려는 주민과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강정포구의 바람은 차가웠다.

이날 오후 2시 35분께 12일 첫 발파를 시작으로 발파가 이어지자 강정마을사람들과 평화활동가들은 다시 격렬한 시위에 돌입했다.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어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강정포구 바다에 카약을 띄우려고 경찰과 줄다리기도 벌였다.

강정포구에 놓인 카약이 자기 것인데 왜 가져가지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하던 한 주민은 울분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 트럭에 실은 카약을 기습적으로 강정포구에 띄우려고 하자 황급히 이를 막으려고 경찰들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카약을 트럭에 실은 차량이 강정 포구를 돌다 경찰의 포위를 피해 기습적으로 카약을 바다에 띄우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이에 질세라 경찰병력들이 차량을 뒤쫓는 아수라장도 연출됐다.

카약 2대를 바다에 띄우는데 성공했지만 곧바로 경찰보트가 출동해 구럼비 바위 진입을 막아서며 실랑이는 되풀이됐다.

발파를 막기 위해 구럼비 바위 철조망 진입이 시도됐지만 곧바로 경찰이 출동해 막았다.

인근을 지나던 올레꾼들과 관광객들도 이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어색한 풍경도 연출됐다.  

▲ 홀로 삼보일배를 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마을주민 뒤로 강정포구와 한라산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관광객 진성철(29)씨는 "지금 이 광경을 보면 모르겠느냐"며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망치는 해군기지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강정포구 일대 구럼비 바위 주변을 둘러싼 철조망 외곽에서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강정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 속엔 꽃샘추위를 녹이는 평화염원 바람과 경찰과 주민들의 격렬한 대치가 뒤섞여 있었다.<제주투데이>
 

▲ 한 강정마을주민이 경찰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도로 위에 앉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강정마을길 벽에 새겨져 있는 '이 정경 그대로 평화다. Peace Zone 구럼비' 글귀. <제주투데이>

<김명현 기자/저작권자ⓒ제주투데이/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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