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황식 국무총리. <제주투데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과 4.3사건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오늘 4.3 사건으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씻기지 않을 한(恨)을 세상에 남겨둔 채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또, 긴 세월동안 사회의 편견과 불명예에 떨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마저 가슴에 담아둬야 했던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4.3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

4.3 사건은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극심한 이념적 혼란을 겪고 동족 간 전쟁까지 치르는 상황에서 무려 7년 7개월에 걸쳐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었던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과도한 이념의 대립이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종입니다.

뒤늦게나마, 2000년도에 4.3 사건이 재평가를 받고 '특별법'이 제정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이 「특별법」을 바탕으로 진상을 바로잡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또 위령탑 건립, 평화공원 조성, 기념관 개관 등을 통해 수많은 영령과 유가족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애써 왔습니다.

여러분이 느끼기에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만, 정부는 앞으로도 4.3 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4.3 사건은 정부가 진상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건이며 이 사건이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대립의 희생대 위에 올라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대법원이 ‘4.3 사건 희생자결정 무효확인’ 상고를 기각한 것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대법원 결정이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큰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4.3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4.3 사건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비극적인 교훈’입니다. 우리는 역사가 주는 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이곳 '평화공원'에 '교육센터'와 '고난극복 전시관'이 세워지고 '4.3 평화의 종'이 설치되고 나면, 이곳은 평화와 인권을 위한 '살아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4.3 사건을 추모하면서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정리하면서 유가족과 제주도민이 보여주신 ‘상생과 화해’의   정신입니다.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은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관용과 화합으로 승화시키고 미래를 향한 더 큰 발전의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저는 제주도민이 보여주신 이와 같은 저력이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곳 제주도가 ‘세계 속의 제주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해 나가는데 소중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4.3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그동안 보여주신 ‘상생과 화해’의 정신으로 저 넓은 대양,   그리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이곳 제주도를 ‘화합의 섬’으로 가꾸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제주가 노래하면 반도도 노래할 것이요 제주가 가슴앓이하면 반도도 가슴앓이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제주는 희망, 평화, 번영의 섬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60여년 전 억울하게 희생되신 수많은 원혼들이 이곳 ‘평화의 섬’, ‘화합의 섬’에서 길이, 못다한 안식을 누리시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4.3 영령들을 슬픔으로 추모하며,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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