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쉬운 이별이 될 줄 몰랐습니다.

다함없는 당신의 열정이 허무하게 끝날 줄도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의 그 뜨거운 의지는 몸이 아닌 혼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혼신으로 모든 것을 사랑하다 훌훌 털고 가고 있습니다.

향년 예순일곱, 날로 헤아렸더니 이만사천사백 남은 날 밖에 안 됩니다. 3만, 4만 날 더 계셔야 되는데 남은 자들은 붙잡지 못하고 한가닥 향을 사르며 당신을 먼 길로 보내려 합니다.

당신이 재직기간 땅 길과 하늘 길을 이용해 쉼 없이 뛴 거리가 76만6천km라고 합니다. 지구를 열아홉 바퀴나 돈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육신은 아랑곳 않고 혼으로 봉사해 오셨음을 뜻합니다.

서둘러 가시는 당신 앞에 서운한 이는 가족만이 아닙니다. 10만 북제주군민이 그렇고 끈끈한 정으로 당신과 함께 했던 헤아릴 수 없는 ‘신사모’ 모두가 가슴이 미어지는 헤어짐 앞에 있습니다.

일본 출장길에 비보를 접해 그곳의 이웃들에게 전했더니 현해탄 넘어 많은 이들도 애닯퍼 합니다. 미국이나 국제자매도시인들도 그리할 겁니다.

지천으로 널린 돌에게 혼을 넣기 위해 추진해 온 돌문화공원 사업은 또 어찌 합니까. 1999년 어느 날 제게 돌문화공원을 소개하면서 백운철 원장과 당신의 이름 '운철, 철주' 라고

     
 
 
 
나란히 써보이며 상하좌우로 읽어도 이름이 같은 운명적 만남이기에 꼭 성공하실 거라던 말씀이 너무도 생생한데 당신은 개원도 못보고 가십니다.

관선1기, 민선 3기 동안 당신이 펴온 1등 사업이 한둘이 아니고, 해야 될 일도 태산과 같은데 이 모두를 남은 자들의 몫으로 돌리고 가십니다.

기자가 본 당신은 ‘행정의 달인’ 이셨습니다.
당신이 손대면 1등이 되고 손을 펴 보듬으면 또 최고가 됐습니다.

제주도내 각 집안의 가계(家系)까지 소상히 알고 계시던 당신이기에 위아래를 구분함에 틀림이 없고, 옛것을 소중히 하며 끊임없이 새것을 창조해 오셨습니다.

당신을 아는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깨끗하게 해오셨습니다. 그러기에 후배 공무원들에게 당신의 모든 것은 사표(師表)가 되어 남을 것입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목 메이게 곡을 한들 되돌리지 못하는 생과 사의 구분이 이리도 확연하고, 그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들이 그리도 나약한 존재임을 뼈저리게 느낄 뿐입니다.

홀연히 떠나심에 아쉬움인들 적지 않겠지만 무량수(無量壽)이기에 모든 것 고이 접고 지치신 몸 편히 쉬십시오.

당신의 유업을 이어 내년 정월대보름에도 새별 오름에 큰 불을 피워 올릴 것입니다. 불오르면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되어 오십시오. 그날 당신을 반기는 모든 이들의 액은 거둬가시고 복만 듬뿍 내려주십시오.

신철주 군수님
당신을 아는 모두에게 오랜 기간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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