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1년에 한두번 선조의 땅을 찾아 참배하고 벌초하는 사람은 재일동포(특히 제주도 출신) 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과거의 삶이 힘들었고 본의 아니게 조국을 등졌기에 그렇고 그런 한(恨)은 자녀교육에 온 정열을 쏟고 선조를 찾는 가족행사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고향 찾는 재일동포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고향의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최근 필자에게 국내의 모든 것(부동산 포함)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이 수십건에 이른다. 이들의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아버지세대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고국의 친척들은 재일동포하면 맨 먼저 돈만 생각한다”

“아버지와 나의 세대까지는 한국국적을 지키고 살아왔지만 자식들에게까지 모든 것이 불편한 재외국민으로 살아달라고 못하겠다"

“아버지도 고국 땅에 묻히기 보다는 우리들이 거주하는 일본에 묻히길 바란다”

“고국도 이제 너무 잘 사는 나라가 돼 우리들은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 귀찮은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친지간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놓고 다투기 싫다. 자식들은 한국을 모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선대의 묘를 일본으로 재이장하고 있다. 가까이 있는 게 편하다. 벌초의 대가로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한국의 재산을 많이 넘겨줘도 부족하다고 한다”

“가끔 부담없이 여행이나 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고국을 찾고 싶다”

결론은 ‘민족과 조국’ 등의 단어가 더 이상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그들이기에 가끔 고국을 찾더라도 가족문제로 복잡한 친족보다 모르는 남이 반갑다고 털어놓는다. 한마디로 친족은 가능한 만나기 싫다는 말이다.

실제 재일동포사회는 요즘 일본국적 취득(귀화)이 일반화되고 있다. 부끄럽게 느끼고 숨기며 신청해온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무서운 속도로 일본국적을 취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내에 재일동포사회는 한국계 일본인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많은 동포들은 우리 국적으로 살아온 1·2세대의 불편한 일본생활을 대물림할 수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변명이다. 그러기에 자식들이 귀화를 원하면 반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그들에 대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모든 게 ‘섭섭함’으로 일관한 것도 큰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념의 차이 또는 어찌할 수 없는 사정으로 몇십년 조국을 찾지 못하는 동안에 특별조치법 등으로 이들이 재산을 송두리째 가로챈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 이제는 벌초하기도 힘드니 일본으로 이묘해가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일이 있을 때마다 손을 벌리다 이제는 등을 먼저 돌린 게 우리들이다.

이런 상황인데, 무엇이 아쉬워 국제선 타고 빠듯한 일정으로 오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친족 집에 머물러 숙식을 신세 지더라도 최저 100만원 넘게 드는 ‘고행’을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저렇게 떠나는 동포들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머지 않아 남의 나라 사람이 되어 남으로 헤어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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