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에서 영화 로케이션 유치경쟁에 뛰어든지 오래다. 영화 한편만 뜨면 순식간에 촬영장소가 관광명소가 되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출연진, 스탭 등 대규모 인원이 수개월동안 머무르는 덕분에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제주투데이>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 취재에 나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듯이 스크린에서 조명한 제주의 모습을 줄줄이 엮어가겠다. 묵혀진 '영화 속 제주' 관광자원을 하나씩 끄집어 내 '보배'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편집자 주]

▲ 애마부인 6편 영화포스터. <사진=연방영화사 제공>
"눈으로 손짓하고 몸으로 말하는 관능의 여자. 애마에게 옷을 입혀라."

"여자는 숲과 같아. 숲이 무성하면 건강한 거지. 그러면 힘센 야생동물도 많이 살지. 애마를 처음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지"

다소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한국 영화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애마부인 포스터 문구와 대사다.

첫 개봉됐던 1982년 2월 6일, 서울 종로 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엔 극장 유리창이 깨질 정도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장장 4개월간 31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도 발휘했다.1983년도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를 달성할 정도였다.

큰 가슴은 물론이고 하반신의 곡선까지 대담하게 드러낸 주인공 안소영은 1982년에만 7편의 영화에 출연, 한해 수입이 5000만원에 이르는 고소득자가 되기도 했다.

애마부인은 1994년까지 총 11편이 제작됐고 2편과 6편이 제주에서 촬영됐다. 2편 메가폰을 잡은 정인엽 감독은 1980년대 해방구로 제주를 지목했었다.

2편의 시놉시스를 보면 애마(오수비)는 남편 현우와 이혼했지만 미련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 프로포즈 하는 청년 사업가 재하에게 다소 냉담하다. 마음을 달래려고 여행 도중 그녀는 우연히 상현을 만난다. 그는 전 남편의 후배로 제주도 일대의 나비를 채집하는 콜렉터다.

제주에서 다시 만난 전 남편 현우는 애마에게 재결합하자고 말을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다른 동거녀가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애마는 거절한다.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그녀에겐 비상구가 없고, 그래서 새벽에 말을 타고 풀밭을 달려간다. 결국 주변을 싸고도는 재하와 상현의 접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 원하는 대로 살기로 작정하고 혼자 지내기로 결정한다.

촬영지는 지금은 퇴임한 제주대학교 김원택 교수의 고대곤충연구소였다. 또 항상 말(馬)과 같이 출연했던 덕분에 도내 승마장이 주요 촬영무대가 됐다. 

3편에선 제주출신 김부선이 3대 애마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편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석도원 감독은 6편 촬영지로 제주를 또 다시 선택했다. 6편은 독고영재, 소비아, 주리혜 등 쟁쟁한 스타가 출연해 위상도 더했다.

시놉시스를 보면 폭력적인 남편의 이중인격에 회의를 느껴 결국 이혼한 6대 애마, 고독과 허무의 틈바구니에서도 독신을 고집하는 5대 애마부인,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처를 가지고 딸 주희에게만 사랑을 주며 제주도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4대 애마. 새롭게 모델생활을 시작한 6대 애마부인은 제주도로 촬영을 떠났다가 언니 가게의 지배인과 사랑의 유희를 즐긴다. 5대 애마부인은 우연히 언니의 첫사랑 현우를 만나 4대 애마부인의 근황을 알려주고, 현우(독고영재)는 4대 애마부인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애마부인 촬영지로 유명한 송당승마장(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관계자는 "애마부인 현수막도 걸어 홍보가 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흥미를 가져 승마장 운영에도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손님들도 사진을 촬영하면서 애마부인 포즈와 비교하는 등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애마부인 촬영지를 보면 제주하얏트호텔, 제주한라승마장, 제주홍익미술원 등이 있다.

1980년대 당시 영화는 대중 길들이기를 위한 3S(스크린, 스포츠, 섹스)의 정책으로 프로야구 신설, 통금해제(유흥업소 심야영업금지 해제)와 함께 영화 검열이 완화되고 심야극장 상영이 허가됐다.

에로영화는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바탕으로 쏟아져 나왔고 '애마부인'은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는 인상을 주면서 한국 에로티시즘 미학을 추구하는 첫 영화로 등장했다.

이는 지금까지 성 표현에서 미온적이었던 한국영화에 불을 당기면서 성 개방, 성의 남녀공유, 성 도덕의 마비현상을 초래한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제주투데이>

<김명현 기자/저작권자ⓒ제주투데이/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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