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시행되는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와 관련, 가요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주 마케팅·매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음반업계는 물론, 뮤직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포털사이트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 혼란이 예상된다.

SM·YG·JYP 엔터테인먼트 등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KMP홀딩스 음악사업부문은 "음반 발매일에 맞춰 뮤직비디오의 공개일을 결정해온 음악업계의 특성상 등급부여 심의가 일정 내에 완료되지 못하거나 적정한 등급을 부여받지 못했을 경우 발매 일정은 물론 활동에도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법의 집행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차례 업계간담회를 통해 제기된 사안들을 바탕으로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등에 대한 안내서'를 마련했다. 업계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가요 관계자는 그러나 "통상적으로 법률 통과 이전에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의 자리를 전혀 마련한 바가 없다"면서 "개정법안 통과 이후에도 해당 제도를 알리기 위한 별다른 활동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야 업계의 문제 제기와 질의를 받고서 시행을 불과 1개월 남겨둔 지난달 18일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라고 반발했다.

문화부는 심의 소요기간인 14일 내에 충분히 심의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심의 대상에는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사전 홍보 목적의 티저 영상과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메이킹 영상도 포함돼 있다"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예상하고 있는 연간 3000여 편을 훨씬 상회할 것이므로 원활한 심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음반제작 관계자는 "뮤직비디오 제작의 경우 발매 일정에 맞춰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제작과 편집이 이뤄진다"며 "영등위에서는 그간 영화 위주의 심의를 해왔기 때문에 제작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음악산업 환경의 경우 디지털 환경을 통한 배급·홍보가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발매 후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2~3주에 불과하다"며 "심의로 인해 일정상의 문제가 생긴다면 활동에 막대한 피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화부는 등급심사 지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9월부터 전문위원 제도를 도입, 등급분류 업무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비용 부족 등으로 인터넷에 홍보를 의존하고 있는 인디계의 근심은 더 크다.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웹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비용을 들여 홍보하고 있는 인디 뮤직션들에게 방송심의에 이어 인터넷 심의는 일종의 족쇄를 채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멜론 등 주요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들은 물론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들은 시행 시기가 임박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지 못한 상태다.

온라인 음악산업 관계자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설명회 당시 유튜브와 같이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에도 예외로 구분할 규정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업계에는 유튜브를 제재할 실질적인 규정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무리한 적용을 추진할 경우 세계적인 서비스에 대해 사전심의를 적용하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고 ㅂ봤다.

문화부 영상콘텐츠산업과 박병우 과장은 "음산법 상의 음반·영상물 제작업자, 배급·판매업자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유튜브를 통해 유통할 경우 당해 사업자에 대해서는 제재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유튜브는 음산법상 온라인 음악서비스 제공업자가 아니므로, 개정된 영비법에 의거해 직접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K팝 열풍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K팝 확산에는 유튜브 등 인터넷이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음악관계자는 "세계의 젊은 음악 소비자들에게 한국문화의 특별함을 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혜를 입고 있는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규제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박 과장은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제도 국회 입법 당시 선정적, 폭력적인 면에서 방송보다 수위가 높은 뮤비가 인터넷에 제공되는 것과 관련해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우려가 많았다"며 "이러한 부분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제도가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과장은 "등급분류 제도가 업계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으나 콘텐츠의 건전성을 높여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한국의 국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제작자와 레이블이 자율적으로 청소년 유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팝 앨범에 '노골적인 가사가 포함돼 있으므로 부모의 지도가 필요함'이란 스티커를 붙인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음반사다.

박 과장은 "문화부가 시행할 법과 비슷한 사례를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례적인 케이스임을 시인했다.

가요 관계자는 "이제라도 뮤직비디오 등급심의가 음악의 표현을 제약하지는 않는지, 절차상의 문제점들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적인 민간심의기구 구성 지원 등을 제안했다.<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