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효린.<뉴시스>
오똑한 코, 큰 눈, 주먹만한 작은 얼굴, 164㎝ 44㎏의 바비인형 몸매….

모두가 부러워 할 외모를 지녔다. 연기도 잘한다고 호평을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늘 넘기 어려운 벽이 있었다. 바로 ‘사극’이다.

영화배우 민효린(26)은 어릴 적부터 TV에서 ‘장녹수’ ‘허준’ ‘이산’ 등 사극을 즐겨보면서 내심 ‘사극 퀸’을 꿈꿔왔다. 하지만 2009년 MBC TV 드라마 ‘트리플’로 데뷔해 TV드라마, 영화 10여 편에 출연했건만 신기하게도 사극은 하나도 없었다.

민효린은 “제가 서구적이고, 현대적으로 생겼나요? 그래서 감독님들이 제가 사극이나 한복과는 별로 안 어울린다고들 생각하셨나 봐요”라고 돌아봤다.

지난해 737만 관객을 모은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의 성공에 힘입어 민효린에게도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 중 민효린이 선택한 시나리오는 다름 아닌 사극이었다.

멀티캐스팅 영화다 보니 아무리 주인공 ‘덕무’(차태현)의 짝사랑 대상인 여주인공 ‘수련’이라고 해도 민효린에게 할당된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차태현 선배님, 오지호 선배님, 모두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세요. 성동일 선배님, 신정근 선배님, 고창석 선배님도 말할 것 없구요. 근데 분량을 왜 따지겠어요. 게다가 꿈에도 그리던 사극인데요.”

진짜 문제가 숨어 있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덕무와 ‘동수’(오지호) 등과 함께 서빙고 얼음 떼도둑질을 할 때 수련은 ‘잠수’를 해야하는 것이다. 잠수 전문가는 수영이 필수인데 민효린은 안타깝게도 물과 악연이 있다.

“어렸을 때 바다에서 한 번, 강에서 한 번씩 물에 빠져서 죽을 뻔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저는 물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했죠. 그런데 물 속에서 오랜 시간 헤엄쳐야 하는 잠수 전문가라니요….”

정말 두려웠다. 그러나 사극 출연의 열망은 물에 대한 공포심을 잠재우고도 남았다. “꾹 참고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가뜩이나 물도 두려워하는데다 한겨울에 물 속 촬영이다 보니 쉽지 않았죠. 그런데 역시 마음을 잡고나니 할 수 있더군요.”

고된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스스로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제작보고회에 출연진 중 유일하게 한복을 입고 등장한 이유다. 민효린은 한복 차림으로 사극인 새 작품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하는 동시에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외모를 가졌다는 자신도 사극에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음을 과시하려 했다.

민효린은 자신의 사극 연기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번에는 코믹 사극이어서 정통 사극 연기를 했다고 할 수 없어요. 한복도 입고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았구요. 덕분에 사극 초보인 저도 대사나 행동 등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살짝살짝 보이는 한복 차림이라 더 예쁘게 보셨을 수도 있구요.”

그래도 자신감은 차고 넘친다. “이번에 경험을 쌓았으니 다음에는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네요. 여주인공을 고집할 생각도 없어요. 장록수요? 호호호. 남장여자라도 좋으니 사극을 또 해보고 싶네요. 감독님들 꼭 기억해주세요!”

민효린이 차태현의 연인, 오지호의 여동생으로 호흡을 맞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난 8일 개봉해 관객 300만 명을 향해 질주 중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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