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은둔자', '이단아' 김기덕(52) 감독이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다.

김 감독은 25일 오전 '토요일에 만난 사람' 코너에서 손석희(56) 성신여대 교수를 세번째로 만났다.

2006년 당시 손 교수의 MBC TV '100분 토론'이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다뤘을 때 김 감독이 패널로 출연했다. 이듬해 김 감독은 자신의 14번째 영화 '숨'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 미니인터뷰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6년 전처럼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손 교수는 "2006년 상황하고 2012년 상황은 바뀌었는가"라고 묻자 김 감독은 "여전히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내가 프랑스 파리에 있을 때 레알드포름이라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멀티플렉스에 갔다. 그런데 13개관에 각기 다른 영화가 걸려 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영화도 한 편 있었다"면서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큰 영화 하나가 4~5개관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3~4개관을 차지하면서 이렇게 여전히 그런 독과점을…"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가 "그 3~4개관도 온전히 차지하지 못하는 것 같고, 시간대도 좀…"이라고 맞장구를 치자 김 감독은 "시간 배열도 불규칙하고, 볼 수 없는 시간이다. 특히 한국에 생각 있는 영화들은 멀티플렉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들은 여전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가 "그것을 쉽게 바꿀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한국의 메이저 3사들이 수직계열화가 돼있지 않느냐. 투자, 제작, 배급, 극장…"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굉장히 공정하지 않다"고 짚었다.

김 감독은 24일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

손 교수가 '반여성주의 감독'이라는 평가에 대한 소감을 묻자 "외국에 나가면 오히려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김 감독은 이같은 국내외 시선의 차이'로 "피해의식으로 영화 속 어떤 사건으로만 내 영화를 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실제 자세히 들어가 보면 아마 한국영화 중에 여성을 가장 섬세하게 그리는 감독이 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나는 남자와 여자를 나눠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총체적 시각으로 한다"며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남녀에 대해 밀도가 가깝게 들어가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별명이 '영화계 노무현'이라고 공개, 청취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단 내가 학교를 안 다닌 것,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끝까지 어떤 신념을 지키면서 자신의 생각을 해내는 정신들이 비슷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김 감독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독학을 통해 감독이 돼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의 반열에 자리했다.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은 상고를 졸업한 뒤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김 감독은 "물론 그 위대한 분하고 제가 비교될 순 없지만 그 별명이 저는 가장 좋다"고 털어놓았다.

9월6일 개봉하는 조민수(47) 이정진(34) 주연의 새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김 감독은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9월2일 출발해 폐막식 때까지 머물며 동시대 감독들 영화를 같은 스크린에서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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