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들이 조민수씨가 여우주연상을 타는데 모두 동의했어요. 하지만 베니스영화제 규정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 기타 주요부문 상을 동시에 받지 못하게 돼있어 수상이 불발됐습니다.”

김기덕(52) 감독의 말처럼 조민수(47)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흑발의 마리아’로 주목받았다. 30년 만에 악마 같은 아들 ‘강도’(이정진)를 찾아가는 ‘엄마’의 모성애, 복수, 용서 등 다양한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폭발력 있게 드러냈다.

“연기를 하면서 ‘강도’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김 감독님 작품이 생각을 안 하고 그냥 흘려보내면 많이 놓치는 부분이 있어서 결국 인간은 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는 고백이다.

조민수의 절제된 연기는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공식 상영 이후 세계 영화계는 ‘조민수’라는 배우를 집중 조명했고, 심사위원진 만장일치로 ‘여우주연상’ 유력후보가 됐다. 그러나 룰에 따라 ‘필 더 보이드’의 이스라엘 여우 하다스 야론에게 여우주연상을 양보해야 했다.

조민수는 “물론 조금은 섭섭했다. 현지에서 공식 상영된 후 KBS파리 특파원이 와서 ‘여우주연상’ 후보라고 미리 소감을 말해달라고까지 하더라. 경우에 어긋난 일이라고 거절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안 하길 잘한 것 같다. 하마터면 망신스러울 뻔했다”며 웃었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자마자 한국영화 스태프가 주인공이 됐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대접해줬다. 현지 분위기에서는 ‘황금사자상’만이 왕이 될 수 있었다. 나도 그 분위기에 취해서 대접받느라 여우주연상 불발은 잊었다. 또 피로연에서 심사위원들이 손을 잡아주고 격려해줬다. 만찬에서도 내 이름을 거명해줬다. 작품이 너무 훌륭해서 황금사자상을 줬다는 얘기에 여우주연상에 대한 아쉬움은 다 잊혀졌다.”

“김기덕 감독의 훌륭한 영화에 참여하게 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경지이기도 하다.

“베니스에 가서 느낀 게 주류냐 비주류냐 그런 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거였어요. 감독님 덕분에 체류하는 동안 너무 편했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감독님을 알아보고 감동받았다고 얘기하는데 그 눈빛에서 볼 수 있는 감정들이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에타’의 ‘황금사자상’이 결정되는 순간도 함께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의 작품에 관심을 많이 가져줘 감사하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 줄 줄 몰랐다. 감독이 수상할 때 내가 옆에서 더 떨었다. 유일하게 큰 상이지 않느냐? 수상자 ‘김기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모든 스태프들이 그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너무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감동이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라며 여운을 되새겼다.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니스에서 당당히 우승트로피를 들고 돌아왔지만, 거대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독점으로 홀대받자 씁쓸해졌다. ‘피에타’는 153개관으로 시작해 겨우 300개에 근접했다. 그것도 ‘퐁당퐁당’ 교차상영으로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베니스에 있을 때 한국에서도 ‘피에타’가 개봉됐다네요. 귀국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관에서 보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보셔야지 이 영화가 왜 ‘황금사자상’을 받았는지, 이 영화가 받을 만했는지 알지 않을까요? 보려고 해도 상영관이 없어서 못 본다는 친구들이 있으니 아쉽네요. 저희, 상까지 받아왔어요.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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