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과 19일 오사카에서4·3극 <고도의 여명> 공연에 있었다. 본적지가 제주도인 재일동포 여류작가 김창생 씨가<제주작가> 2004년도 하반기 집에 게재한 희곡 <고도>가 그 작품이었다.

내용은 4·3극 위령제에 참석했던 할머니가 4·3때 폐허가 돼버린 중 산간 부락의 고향 마을을 찾아가 회상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 된다. 빨갱이 색출이 라는 구실 속에 경찰과 서북 청년단들의 비논리적인 횡포를 그려낸 극이었다. 마을에서 우리말 가르치는 야학선생의 가족이 빨갱이라는 혐의 속에 갇히게 되고, 그는 가족을 살리기 우해 친구와 마을 사람들을 배반하게 된다.

이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그의 친구 마누라가 50여년이 지나서 그 당시를 앞에 서술한 바와 같이 회상한다.

이 연극이 제주에서 공연 되었다면 도민들은 틀림없이 식상 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제주에서 숱하게 공연된 4·3극과 내용이 대동소이하여 그 도식성과 매너리즘에서 탈피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의여명>은 달랐다. 왜냐하면 재일 동포 2세가 쓴 희곡을 동포3, 4세는 물론 일본인들 까지 서로 협력하여 만들어 낸 작품으로서, 한국 국내의 작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4·3 마당굿을 <놀이패 한라산>이 몇 차례 일본에 와서 공연을 하여 그때마다 많은 갈채를 받았지만, <고도의여명>도 그에 못지않은 갈채 속에 마쳤다.

또 이 연극이 특이했던 것은 공연. 첫 날은 일본어로 2회, 다음 날은 우리말로 2회 공연을 했다. 단편적으로 사용한 우리말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우리말이었다. <놀이패한라산>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연기하는 배우진들이 일본어를 생활어로 사용하는 동포 3세로부터 4세 그리고 일본인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하나 주시해야 할 것은 동포 3,4세를 중심으로지난 6월 <달오름>이라는 극단을 만들고, 처녀 공연이 <고도의여명>이었다.

하나의 조직체를 만드는 것 만해도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와 동시에 <고도의여명>을 무대에 내놓았으니 그 저력에 놀랄 따름이다.
극단 <달오름> 대표는 동포 3세인 김민수씨다. 그녀는 <고도의여명>에서 주인공 할머니 도화 역을 맡았으며, 그녀의 연기력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고도의 여명>을 쓴 원작자 김창생씨이다. 김창생씨는1951년 오사카 이카이노에서 태어났으며,조선고교를 졸업했다. 저서로는 <나의이카이노>, <빨간 열매>, <이카이노발 카루타> 역서로는<꽃에 묻힌 집>, <제주 4·3 사건제6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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