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차지하며 한국 영화 중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거머쥔 김기덕(52) 감독의 ‘피에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거나 노미네이트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2일 영화전문가 5인 이내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작품의 완성도와 미국 배급능력, 감독과 출품작의 인지도 등을 종합해 만장일치로 ‘피에타’를 2013년 2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제85회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키로 했다.

그 동안 타이완 이안(58) 감독의 ‘와호장룡’이 2001년 제79회, 일본 다키타 요지로(57) 감독의 ‘굿바이’가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따냈다.

한국은 2009년 ‘마더’, 2010년 ‘맨발의 꿈’, 2011년 ‘고지전’ 등을 출품했으나 상은 커녕 후보작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피에타’는?

김의석(55) 영진위원장은 19일 밤 서울 무교동에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피에타’를 후보로 뽑은 것은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점과 바로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미국의 마이클 만 감독이 아카데미 집행위원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지난해 ‘고지전’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에 출품하기 위해 가져가봤다. 그런데 반응이 없더라”면서 “아카데미는 칸이나 베니스와 달리 오랜기간 동안 관련 인사들과 인맥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떤 한국영화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결국 아카데미상 집행위원(장)이 도와주거나 한국영화를 미국에 수입한 현지 배급사가 프로모션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피에타’에 최고상을 안겨준 심사위원장이 집행위원인 만큼 힘이 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피에타’는 이번 아카데미상의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든, 수상을 하든 뭔가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만(69) 감독은 베니스에서 ‘피에타’를 각별히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사자상을 받으면 다른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 탓에 불발됐지만 각본상(김기덕), 여우주연상(조민수)까지 주고 싶어했을 정도다.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1998년 제5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를 받은 뒤 이듬해인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상에서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외국어영화상·음악상을 챙겼다.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은 1999년 제52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고 이듬해인 2000년 제72회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이 아니라 2등상인 그랑프리, 3등상인 감독상 수상작이다.

최고상 수상작이 출품되는 만큼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도 이번 아카데미에 자존심을 건 셈이다.

<사진> 김기덕 감독, 뒤 오른쪽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마이클 만 감독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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