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격화되면서 추석 밥상머리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표시간 연장 논란은 향후 대선정국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여야 공방의 발단은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였다.

당시 행안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오전 6시~오후 6시까지인 현행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투표시간을 오전 6시~오후 8시까지 2시간 연장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논의되고 있었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전체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법안 상정 불발의 후폭풍은 거셌다. 야당의원들이 들고 일어났고 노조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새누리당 비난공세에 가담했다.

민주통합당 백재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재외동포 5만6000명이 투표하는데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이를 돈 문제로 환산해 평가하지는 않는다. 돈 보다도 높은 가치인 국민들의 참정권 보장이 우선"이라며 비용 증가를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임수경 의원은 추가비용 100억원 증가를 주장한 중앙선관위를 겨냥했다.

임 의원은 "100억 이상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추계를 근거로 투표시간 연장에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비용의 경중을 따지기에 앞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을 확보해야할 헌법기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득표용 생색내기"라며 반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무턱대고 시간 연장으로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라면 24시간 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억지와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또 "투표장에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해 투표소를 재배치하거나 부재자 투표를 확대하는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시간 연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민주당의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대선을 코앞에 두고 룰을 바꾸자는 것은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국회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대선 전 법 개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여야간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연장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5일 성인 609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48%인 반면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은 50%였다.

세대별로도 의견이 엇갈렸다.

20~30대와 직장인, 학생층에서는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던 반면 40대 이상 남녀와 주부층에서는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지지정당별로도 찬반의견이 엇갈렸다.

민주통합당 지지자(168명)의 65%는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한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204명)의 70%는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나뉘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예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 주권행사가 쉽고 편해지면 좋은 게 아닌가요.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할 권리'마저 차별받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투표시간을 오후 8~10시까지 하는 나라 많습니다. 고칠 건 고쳐야 합니다"란 글을 올려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했다.

안 후보 측도 페이스북에 "임시공휴일인 대통령 선거일에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 서비스직 근로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 시간 안에 투표를 할 수 없는 사정에 놓여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현 상황을 비판했다.

또 "다른 나라의 투표 마감시간은 일본 오후 8시, 아일랜드 10시, 러시아 8시, 영국 10시, 이탈리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8시라고 한다"며 "일에 바쁜 사람도, 시간을 깜박 놓친 사람도 한 명이라도 더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투표시간은 연장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후보자별, 정당별, 지지정당별, 세대별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탓에 전 지역의 친인척이 모이는 추석을 계기로 투표시간 연장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권 보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거 직전에 규정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 문 후보와 안 후보, 야당 역시 투표시간을 대여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전망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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