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정책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이 제기한 이른바 '친박 2선 퇴진론'이 4일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을 비롯 다수의 의원들 동조가 이뤄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박대 비박' 및 친박계간 세력 다툼으로 비화돼 자칫 '적전 분열'양상으로 까지 번지지 않을까 주목된다.

새누리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가져올 파급력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와 선대위 및 핵심당직자들의 총사퇴 주장까지 제기돼 새누리당 대선전략이 전면 수정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3일 "과거 DJ는 동교동을 모두 2선으로 후퇴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전면 배치했다"며 친박계의 2선 퇴진을 주장한 남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박 후보는)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선거라는 것은 크게 보면 사람이고 그 다음이 메시지, 다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인데 이것들을 다 바꾸자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박 후보는 그냥 그런데, 곁에 있는 사람 꼴 보기 싫어서 안 뽑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해 주변 인물들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남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당의 심각한 위기다. 2002년보다 더 안좋다"며 "단일화를 통해서 저쪽은 업그레이드될텐데 (우리는)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 자리를 비우고 일할 사람으로 바꿔라"고 말했다.

남 의원과 함께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아예 자신을 포함한 선대위와 지도부의 총사퇴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유 의원은 "박 후보만 빼고 나머지 모든 사람을 백지 상태에서 새로 생각하라"며 인사권을 박 후보에게 전면 위임할 것을 주장했다.

쇄신파 수장인 남 의원과 직설적 비판으로 박 후보와의 거리가 한때 소원해지기도 했던 유 의원이 총대를 멘 모양새다.

▲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정책 의원총회에서 남경필(오른쪽) 의원이 참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도 추석민심을 전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진다는 위기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의총은 당내 경제민주화 논의의 흐름을 잡기 위한 자리였지만 오히려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성토의 장을 방불케 했다는게 다수 의원들의 전언이다.

쇄신파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은 "언제까지 신뢰·원칙의 정치에 대한 소신만 가지고 대선을 치르려고 하느냐, 후보 본인이 몸빼도 입고 머리도 풀어 제끼고 변화하는 모습도 보이라"며 "우리 의원들도 삭발이라도 하는 처절한 모습을 갖고 단일화 프레임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같은 지도체제로는 단일화 프레임을 깨지 못한다"며 "한달 전만 해도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금방 7~8명이 우르르 나와 (반박하는) 판인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달라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야권 단일화는 반드시 되고 이 경우 새누리당은 반드시 패배한다"며 "박근혜 후보의 놀라운 자기 희생 없이는 대선은 필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캠프내 친박 2선 후퇴를 얘기하는데 이는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 갖고는 결코 이미 기울어진 판을 바꿀 수 없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비박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라 하지만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고 특히 당밖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도 "다른 분들도 이대로 가면 진다는 현실 인식에 동의한다. 단일화 이슈를 그 어떤 것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도 "박 후보가 안철수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후보한테 평균 0.5%포인트에서 7%포인트까지 진다"며 "이것을 언론에서 대혼전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건 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지도부를 향해 "문제의 본질은 당내 리더십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후보를 끌어주고 뒷받침할 리더십이 아니라 후보한테 무임승차하는 리더십"이라며 "당내 엔진을 살려 끌고 가야 하는데 엔진이 꺼져 있고 후보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박 후보를 향해서도 "후보도 비례대표 사퇴하고 지방 내려가서 민생 챙기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야 반등한다"며 "후보 스스로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반드시 손을 맞잡아야 한다. 당내 단합도 안되는데 어떻게 대통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의 표밭이라 할 수 있는 영남권 의원들도 달리진 지역민심을 전하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중·남구가 지역구인 김희국 의원은 "박근혜는 좋지만 나머지는 뭐냐는게 지역 민심"이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에서 새로운 작전명령을 내려야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 2선 퇴진론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의 지도부 퇴진론에 대해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지 않나"면서도 "그런데 정책의총인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우여 대표도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면서 힘을 쓸 여유가 없다. 힘을 합쳐서 심기일전해서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핵심으로 2선 퇴진론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최경환 의원은 기자들에게 "나는 언제든지 물러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비공개 브리핑에서 "비방보다 한 목소리로 나가되 후보 주변에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단 필요하다. 백지상태에서 국민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해야겠다는 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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