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북 구미 화공업체 불산가스누출 사고와 관련, 2차 피해가 확산되면서 피해지역 주민들이 '불산 공포'에 떨고 있다.

사고가 난 공장에서 불과 1㎞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구미시 산동면 임천, 봉산리 주민들은 요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마을은 황폐해지고 수확을 앞둔 포도, 멜론, 대추 등 농작물은 말라 죽어가며 가축까지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독극물 불산가스가 마을을 덥치면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언론매체에서 불산의 위험성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불화수소산에 급성으로 노출된 주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구미 화학공장에서 누출된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 HF)은 실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공기보다 가벼워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발암성 물질은 아니지만 부식성이 강하고 세포조직을 쉽게 통과해 흡입, 접촉 땐 폐조직과 피부, 점막 등을 손상시키고 뼈를 녹일 수 있는 위험한 독성 물질이라는 것.

김길수 경북대 교수도 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불산은 노출허용농도가 낮은 저농도에서도 각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물질"이라며 "이 때문에 불산은 학교 실험실에도 없을 뿐더러 불산에 대해 실험을 한 사람도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날 구미시가 발표한 가스유출 피해 신고접수 현황을 보면 멜론을 비롯한 포도, 대추 등 농작물 91.2㏊(180농가), 소, 개 등 가축 1313두(29가구), 기타 차량 및 건물외벽 부식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가스누출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5일 현재 800여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대부분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근로자와 공무원, 기자, 주민 등으로 피부발진과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봉산리 주민 김모(45)씨는 "불산가스로 인해 농작물은 잎이 다 말라버렸고 주민들은 호흡기,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산이 이처럼 위험한 것인지 몰랐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정부는 17명으로 구성된 피해진상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해 피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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