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이미지로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국제가수 싸이(35)는 알고 보니 울보였다.

4일 밤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감격에 겨워 내내 울었다. 8만명(경찰추산)의 끝없는 환호에 가슴 벅차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연은 싸이의 약속으로 이뤄졌다. 그는 지난달 2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빌보드에서 1위를 한다면 "시청광장 등 시민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로 '강남스타일'을 부르면서 말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일 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CY×PSY 콘서트 싸이랑 놀자'에서 "이렇게 큰 성원과 응원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오후) 9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공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서울하이페스티벌로 인해 오후 10시로 정해졌다. 공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청중들은 2002 한일 월드컵을 능가하는 응원전을 펼치며 싸이를 기다렸다.

싸이는 8만명이나 몰려 혹시나 벌어진 사고를 걱정, 공연 시작 5분 전에 무대에 올라 질서의 중요성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하는 차분함을 보였다.

"저는 올해로 데뷔 12년차를 맞이한 가수이자 개인적으로 12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12년 만에 남의 나라에서 신인가수가 된 가수 싸이"라고 인사하자 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넓게 트인 시청광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된다. 여러분이 출연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잘 노는 지 보여주자"고 팬들을 북돋는 노련함을 보였다.

드디오 오후 10시 정각 '애국가'가 울려 퍼진 뒤 싸이는 '강남스타일'에 이어 '해외 진출 곡'으로 손꼽히고 이는 정규 5집 타이틀곡이자 '19세미만 청취불가'였으나 최근 주목받으면서 여성가족부가 이를 철회하는 논의까지 하게 한 '라잇 나우'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연예인' '흔들어주세요' '새' '나 이런 사람이야' 등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쳤다.

"지금부터 부를 노래는 중·장년층을 위한 노래"라고 분위기 전환을 꾀한 싸이는 첫 번째로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두 딸이 현장에 와 있다며 '아버지'를 들려줬다.

시청광장의 인연을 소개하며 가슴 벅차하기도 했다. "이 장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서 "2002년 월드컵 응원을 하다가 떠오른 노래가 '챔피언'이었고 20006년에는 이곳 때문에 '위 아 더 원'이 만들어졌다"고 알렸다. "국민이 목적을 가지고 모이는 꿈만 같은 곳인데 단독으로 서게 돼 영광"이라고 흥분했다. "오늘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못했는데도 이런 무대를 마련해주신 서울시 측에 감사드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위 아 더 원' '예술이야' '낙원' 등을 들려주며 분위기를 다시 몰았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윤복희(66)의 '여러분'을 부를 때 또 다시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자신의 노래에 환호해주는 팬들의 사랑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싸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싸이는 "내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한국에 사는 두 아이를 가진 뚱뚱한 사람"이라면서 "나를 싸이로 만들어주셔서 정말 온몸으로 감사드린다"고 울먹였다.

그리고 드디어 '강남스타일'의 상징이 된 선글라스를 든 뒤 "이게 뭐죠?"라고 외친 다음 '강남스타일'을 불러 화룡점정했다. 싸이와 8만명이 함께 '말춤'을 추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앙코르로 '붉은 노을' '그대에게' '여행을 떠나요'를 연달아 들려준 싸이는 팬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자 또 울음을 보였다. 8만명은 한 목소리로 "박제상"을 제창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있는 더 열심히 하겠다"고 울먹인 싸이는 소주 한병을 '원샷' 한 뒤 이상은(42)의 '언제가는'을 들려줬다. "가수로서 최고 영광스런 공연이었다"고 가슴벅차한 싸이는 허리를 90˚ 굽혀 인사를 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챔피언'을 들려줬다. 8만명의 '떼창'이 성사됐고 서울 중심가 일대는 거대한 록페스티벌 현장으로 변모했다. "진정 즐길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였다.

"대중가수가 첫번째로 단독으로 서울시청 앞 랜드마크에서 공연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수많은 대중가수가 공연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한번쯤은 더 불러도 될 것 같다면서 '강남스타일'을 한번 더 불렀다. 그리고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하면 이행하기로 한 '상의 탈의' 약속을 2위를 했으나 이행했다.

마지막 몇 소절을 남겨주고 상의를 벗고 마지막으로 말춤을 췄다. 8만명은 열광했고 그렇게 싸이는 '갈데까지 가보'는 공연의 절정을 보여줬다. 빌보드가 이날 "싸이는 1위에 오르면 상의를 벗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는 셔츠를 입어야할 것"이라고 전한 것은 안중에 없었다. "빌보드보다 빛나는 건 관객"이라고 고백했던 그에게 현재가 최고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싸이가 공연 시작 전 "서울 시청앞 광장 공연 사상 최대의 쇼를 보여 주겠다"고 예고한 대로였다. 국제가수 싸이의 위상답게 상당수의 외국인들도 눈에 띄어 글로벌 축제로서의 위용도 뽐냈다.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officialpsy)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공연은 무료로 약 1시간50분 가량 진행됐다. 서울시 예산 4억원이 투입됐으며 경찰과 보안인력 1000여명이 배치됐다. 오후 6시부터 광장 근처 교통을 통제했으며 지하철은 새벽 2시까지, 버스는 새벽 1시까지 운행을 연장하기도 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수명이 실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강남스타일'은 지난주에 이어 4일 발표된 13일자 '핫100' 싱글차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록밴드 '마룬5'의 '원 모어 나이트'는 '강남스타일' 열풍을 막아내며 3주째 1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핫 100'에서 '원 모어 나이트'와 '강남스타일'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원 모어 나이트'와 '강남스타일'의 총점 차이는 불과 500점이었다. 지난 주 두 곡의 차이는 대략 3000점이었다.

빌보드는 '강남스타일'이 '핫 100'에서 1위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예측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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