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발 글로벌 경제위기, 애플과의 특허 소송 등 악재 속에서도 한국 기업의 역사에 남을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정작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담담한 분위기다.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2분기 때부터 이어져왔다. 당시에도 47조6000억원 매출에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전체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넘은 20-20 클럽 달성도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글로벌 경제 위기와 애플과의 소송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신발 끈을 바짝 조여 맸다.

이건희 삼성 회장 역시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생각보다 경기가 좋지 않다며 긴장감의 끊을 놓지 말라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치열해지는 경쟁과 위기감을 갖고 4분기와 내년 상반기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에 각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전자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IT산업 특성상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거나 스마트폰 실적이 좋지 못할 경우 전자의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칠 수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년에는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내년에 접어들면 서서히 정체될 수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에 집중된 매출 구조는 자칫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TV, 반도체, 시스템LSI, 생활가전 등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휴대전화 시장의 전통 강호였던 노키아도 피처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시장 대응에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 역시 주요 사업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특허소송이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심지어 노키아는 내년 말까지 직원의 20%를 줄이고 노키아의 상징이었던 본사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노키아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자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애플과 격차 줄이기도 삼성의 과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는 삼성에게 있어 지금의 실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에 실적 향상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특허 소송을 벌이며 전면전을 펴고 있는 애플과 대결에서 영업이익, 브랜드 파워, 시가 총액 등에서 전부 밀리고 있다.

애플은 2분기 영업이익이 115억7000만 달러로 삼성전자의 두 배 가량을 기록했다. 애플의 3분기 영업이익도 12조원 수준으로 8조원인 삼성전자를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도 애플은 지난 2분기에 삼성전자의 14.1%를 넘는 33.0%를 기록했다.

최근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가 조사한 브랜드 가치에서도 삼성전자는 8단계를 뛰어넘어 9위를 기록했지만 애플은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부족하다"며 "삼성전자의 강점인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겠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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