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 정당 추천의 절차적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권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던 청와대의 '반란'이 결국 '찻잔속 태풍'으로 끝났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은 5일 오후 춘추관에서 공식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특검을 임명한다“고 짧게 강조했다고 최 수석은 특검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특검 수용 여부를 둘러싼 길고도 지루하게 진행되온 정치권· 청와대의 공방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여야는 민간인 사찰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다루되, 내곡동 사저 의혹 규명은 특검을 통해 규명하기로 하고, 민주당에 특검추천권을 넘겼다.

하지만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이 야당성향이 강한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하자, 청와대는 '여야가 협의를 통해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합의 불이행을 문제 삼으며 정치권에 특검 재추천을 요구해왔다.

최 수석은 “(이날 대책 회의에서) 참모들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을) 임명하지 말자는 쪽이었다”며 “'여야 합의가 무산된 상황에서 임명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지만, (이)대통령이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특별 검사를 결국 수용하기로 한 것은 현직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에 따른 후폭풍을 정면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이번 특검이 정당의 특검 추천에 따른 삼권분립 정신 훼손 등 위헌소지가 있어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며 여야가 협의를 거치는 등 특검 추천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지난달 21일 특검을 수용하면서도 "민주당 특검 임명은 여야의 정략적 합의"라며 날을 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퇴임을 불과 5개월 앞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명분만으로 특검 정국을 정면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실정법을 위반한다는 비판이 부담거리였다. 이 대통령이 특검 수용을 발표하면서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특검을 임명한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검법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하는 특검후보 한 명을 반드시 임명해야 하며 둘 다 거부할 재량권은 없는데도, 법리적 판단 착오로 실정법을 위반하려고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과거 쌍용 사태 등에서 법질서 수호를 강조하며 단호한 응징의 길을 택한 이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꼬리를 물었다.

박근혜·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빅3'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미묘한 대선 정국도 또 다른 걸림돌이었다. 여당 내부에서 조차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 등 일부 율사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특검 거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배경이다.


여당의 주류 인사들도 공개적으로는 합의 정신 위배를 주장하며 야당 원내총무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겉으로는 청와대에 동조했으나, 이번 사태가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며 사태를 관망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내곡동 사저 의혹이 본인과 가족들이 연루된 문제여서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버틸 명분이 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대통령이 특검 임명 마감시한인 이날 오후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대책을 숙의했으나, 결국 특검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수석은 "위헌논란은 특검 임명과는 별개의 문제로, 현재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특검수용)밖에 없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해, 여야 합의에 따른 특검 추천 무산에 따른 후속조치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검 추천의 절차를 문제 삼았던 청와대의 '반란'이 삼일 천하로 끝나면서, 이광범 특검팀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

특검은 앞으로 열흘 동안 특별검사보 2명과 특별수사관 30여명에 달하는 특검팀을 꾸린 뒤 최장 45일동안 수사를 하게 된다.

이 대통령이 퇴임후 거주할 사저터(서초동 서초구 내곡동 땅)를 아들인 이시형씨 이름으로 구입하면서 불거진 '부동산 차명취득' 의혹, 그리고 배임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내곡동 사저 특검으로 선택한 이광범 내정자는 법원의 진보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창립멤버다.

이 특검은 1981년 사법시험 23회로 법조계에 입문한 뒤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10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 사무소를 차렸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민주당)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이상훈 대법관이 그의 친형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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