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안과 상호불신이 괴담 '진원지'"
"불안심리 가중…처벌 수위 높여야"

"10월10일은 중국인들이 인육을 먹는 날이다. 이날 중국 고위층들은 인육 관광을 하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온다."

최근 인터넷을 비롯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도를 넘은 각종 괴담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괴담 대부분이 출처가 불분명하고 내용 역시 터무니없지만 최근에 잇따라 발생한 각종 흉악범죄와 맞물리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을 뒤덮은 각종 괴담들은 최근에 발생한 흉악 범죄를 각색이라도 한 듯 상당히 유사하고 섬뜩하다. 특히 괴담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지만 그럴듯한 영상과 사진, 뉴스 보도 등을 교묘하게 짜깁기해 이를 접한 사람들이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명절인 오는 10일 쌍십절(雙十節)에 중국인들이 인육을 구하러 한국으로 몰려온다는 내용의 '쌍십절 괴담'을 비롯해 택시기사가 승객을 마취시킨 뒤 장기를 적출해서 팔아먹는다는 '택시 괴담', 조선족 베이비시터가 아기를 납치하고 장기를 적출해 충격에 빠진 부모가 자살했다는 '조선족 베이비시터 괴담' 등 확인되지 않은 괴담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른바 '인육 괴담' 동영상이 올라와 급속도로 퍼졌다. 해당 동영상에는 한 여성이 칼에 찔려 살해되는 잔인한 장면과 뼈와 살이 분리된 채 누워있는 시신의 모습, 오원춘 사건 당시 뉴스 영상들이 교묘하게 편집돼 있다.

동영상에는 '오는 10월10일 인육을 먹는 중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이를 주의하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발송되는 등 괴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됐다.

괴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경찰은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냈다.

실제 쌍십절은 1911년 10월10일 쑨원을 주축으로 한 '신해혁명' 봉기를 기리기 위한 국경일로 인육과는 전혀 무관하다.

경찰 관계자는 "도를 넘은 인육괴담에 대해 실제 수사한 결과 접수된 피해사례도 없고, 전혀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많다"며 "인터넷에 괴담을 처음 유포한 사람을 붙잡아 조사해보면 재미삼아 했다거나, 다른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 유명 육아커뮤니티에는 '조선족 베이비시터가 아기를 납치하고 장기를 적출해 충격에 빠진 부모가 자살했다'는 '조선족 베이비시터 괴담'이 떠돌았다. 현재 원문은 삭제됐지만 캡처 화면은 트위터 등을 통해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괴담들이 나돌 때마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학생인 박지현(24·여)씨는 "괴담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워낙 흉악한 범죄가 많이 발생해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도 괴담들을 접하면 공포감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괴담들이 단순히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거나 외국인 기피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포털사이트와 카페 회원 일부는 인육괴담 등 각종 괴담들을 거론하며 중국동포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돌보고 있는 중국동포 김모(46·여)씨는 "확인되지도 않은 괴담들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이 부모가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거나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흉악범죄에 따른 사회 불안과 상호불신이 괴담의 진원지라고 진단했다.

특히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가 불안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할수록 괴담의 파급력이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할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괴담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흉악범죄에 따른 사회적으로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를 자신이 마치 본 듯 옮기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확산돼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이어 "괴담이 반복되다보면 정부나 관계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관계기관은 근거가 없는 괴담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빨리 파악·공개해 괴담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고, 악의적인 괴담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허위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가 없을 경우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의 각종 괴담들로 공권력이 낭비되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괴담이 퍼지면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경우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사회적 불안한 심리가 가중되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여 악의적으로 괴담을 유포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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