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2000년 MBC TV ‘허준’ 63.7%, 2000~20002년 KBS 1TV ‘태조왕건’ 60.2%, 2003~2004년 MBC TV ‘대장금’ 57.8%, 2001~2002년 SBS TV ‘여인천하’ 49.9%, 1996~1998년 KBS 1TV ‘용의눈물’ 49.6%….

사극이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리는 시절은 종언을 고했다. 그럼에도 MBC TV '선덕여왕‘(2009) ‘동이’(2010), KBS 2TV ‘추노’(2010) 등 매년 히트사극은 한 두 편쯤 꼭 있었다. 이들 사극은 톱스타, 라이징스타를 앞세운 현대극과 맞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승했다.

지난해에도 안방극장에서 KBS 2TV ‘공주의 남자’가 대히트했다. 마침 극장가에서도 액션물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이 큰 성공을 거두자 대중문화계 전반에 걸쳐 사극 열풍이 불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앞다퉈 사극을 준비했고, 올들어 정통, 퓨전 등 기존의 사극 스타일은 물론 판타지, 사극과 현대극을 결합한 타임슬립 등 새로운 스타일까지 온갖 사극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MBC TV ‘해를 품은 달’(판타지)가 인기몰이를 한 것 외에는 거의 실패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방송된 KBS 1TV ‘광개토태왕‘(정통)을 비롯해 상반기에 전파를 탄 MBC TV ‘무신’(정통) ‘닥터진’(타임슬립) 등은 모두 경쟁작인 현대물들에 밀렸다. SBS TV ‘옥탑방 왕세자’(타임슬립)가 최종회에서 1위를 되찾은 것으로 체면치레를 했다고 평가될 정도다.

하반기에는 더욱 참담하다. 같은 시기 극장가에서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가 지난해 750만 관객의 ‘최종병기 활’을 넘어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것과 대조적으로 안방극장의 사극들은 아예 맥을 못추고 있다.

수목극 시청률 1위를 달리던 MBC TV ‘아랑사또전’(퓨전)은 KBS 2TV 멜로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가 링에 오르자 3번째 맞대결만에 공동 1위로 밀려난 데 이어 4번째부터는 아예 2위로 내려왔다. 게다가 SBS TV의 200억원 대작 ‘대풍수’(정통)는 아직 두 번 밖에 맞대결을 치르지 않았지만 2회 연속 3위에 그쳤다.

‘허준’ ‘대장금’ ‘동이’ 등을 히트시킨 이병훈(68) PD의 200억원 대작인 MBC TV ‘마의’(정통)도 같은날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코미디물 ‘울랄라 부부’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민호(25) 김희선(35) 투톱을 내세운 SBS TV ‘신의‘(타임슬립) 역시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극 대왕’ 최수종(50)이 전면에 나선 KBS 1TV ‘대왕의 꿈’(정통)도 동시간대 MBC TV ‘메이퀸’의 뒤를 열심히 쫓는 형국이다. 그러다 일요일이면 KBS 2TV ‘개그콘서트’가 1위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3위로 주저앉고 있다.

사극의 몰락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동시기에 사극이 너무 많이 방송된다는 사실을 탓할 수 있다. 10월만 해도 월·화요일 ‘마의’ ‘신의’, 수·목요일 ‘아랑사또전’ ‘대풍수’, 토·일요일 ‘대왕의 꿈’ 등 사극이 5편에 달한다. 상반기까지 합치면 5편이 더 있다. 시청자들이 피로를 느낄만 하다.

사극이 너무 많다 보니 같은 시대가 동시에 여러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한다. ‘신의’와 ‘대풍수’는 고려 제31대 공민왕(1330~1374)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두 드라마를 다 보는 시청자라면 자칫 헷갈릴 수도 있다. 또 ‘닥터진’과 ‘신의’처럼 시대는 다르지만 2012년의 의사가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것처럼 설정이 유사한 드라마가 나올 지경이다. 두 드라마는 표절 시비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주시청층인 중년 중 남성을 겨냥한 사극은 있지만 여성이 볼만한 사극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즉, 언제인가부터 궁중비사를 담은 사극이 실종되고, 그 자리를 전쟁이나 권력을 무예를 다루는 남성 대하사극이 차지하면서 중년여성들이 사극에서 멀어지게 됐다.

‘동이’가 조선시대 최대의 스캔들이라 할 수 있는 장희빈, 인현왕후, 조선 19대왕 숙종(1661~1720)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30%대를 넘긴 것이나 지난해 말부터 올 여름까지 방송되며 인수대비, 조선 9대왕 성종(1457~1494), 폐비 윤씨의 이야기를 전한 jTBC의 ‘인수대비’가 종편으로서는 획기적인 4%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그런 유의 사극을 원하는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했다. 그러나 방송 중인 사극 중에는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사극의 배경이 오랜 세월 사극의 소재로 익숙해진 조선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고려나 훨씬 더 이전의 삼국시대가 되면서 그만큼 시청자들이 몰입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아울러 사극은 대부분 30부작 이상으로 편성된만큼 긴 호흡이 필요해 시청자들도 충분히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기에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인 요즘 재미있게 볼만한 TV 드라마가 매우 많아 조금만 스토리 진행이 느려지면 채널이 돌아간다는 점도 사극으로서는 위기다.

특히,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사극의 경우 이제는 너무 식상한 스타일인 데다 그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봐줄 시청층이 중년여성들인데 내용 면에서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상승은 더욱 기대난망인 셈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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