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누리당사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야권의 집중표적이 된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입장표명을 했지만 고 김지태씨의 재산헌납이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부산지역 사업가 김지태씨로부터 문화방송과 부산문화방송, 부산일보 주식을 100%를 보유한 부일장학회를 넘겨받아 설립한 재단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넘어간 부일장학회는 5·16 장학회를 거쳐 1982년 박정희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따 지금의 정수장학회가 됐다.

김지태씨는 1976년 발행한 자서전에서 "막무가내로 어느 날 작성해온 각종 양도서에 강제로 날인이 이뤄졌다"며 헌납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유족들 역시 계속적으로 재단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그렇게 주장하지만 법원에서는 그런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패소판정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박 후보는 김지태씨 유족이 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부산일보의 주식양도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데 대해 "법원은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고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로 이름만 바꾼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졌다. 김지태씨가 헌납한 재산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 독지가 뿐만 아니라 해외동포들까지 많은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롭게 만든 재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지태씨에 대해서는 "4·19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랐고 분노한 시민들이 집앞에서 시위할 정도였다. 그후 5·16 때 부패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헌납의 뜻을 밝혔고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주식 등을 헌납한 것"이라고 말해 실상은 자진헌납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김지태씨 장남 김영구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낸 소송에서 "국가의 강압에 의해 김지태가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무효화하려면 단순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의 강박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인정된다"며 김지태씨가 당시 자신의 의사를 완전히 박탈당했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만 판단했다.

법원이 인정한 강압성을 박 후보가 정면으로 부인한 셈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기자회견 말미에 당시 법원 판결에 대한 기사를 다시 읽어보고는 정정발언에 나섰다.

그는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했는데 그것은 잘못 말했다. 강압이 있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패소 판결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었다"며 " 강압에 의해 주식증여에 대한 의사표시를 했음이 인정된다고 법원이 얘기했고 다만 강박의 정도가 증여를 무효로 할 정도로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제가 강압이 없다고 말한 것은 잘못 말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즉 법원 판결내용으로는 강압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앞서 박 후보는 유신의 가장 어두운 면으로 지적되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1차 인혁당 사건과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혼동한 듯한 발언을 해 유족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야권은 즉시 이같은 발언을 문제 삼아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지난 인혁당 사건과 마찬가지로 법원 판결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과 아버지를 감싸고 비호하기에 급급했다"며 "독재자 아버지가 저지른 일은 무조건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져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도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김지태씨가 주식을 강박에 의해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는데도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의 이호진 부산 지부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재산을 불려온 것은 결국 언론사 주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1995년 100억원 가량이던 정수장학회의 예금자산이 지금은 200억원대"라며 "예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기본재산으로 불어나고 여기에 부산일보와 MBC가 주는 돈을 모두 장학금으로 주지 않고 기본재산을 늘려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부산일보와 MBC 주식이 정수장학회 재산의 본체라고 봐도 무관하다"며 "정수장학회는 언론사 운영에 어떠한 투자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으면서 50년간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구성원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5·16 이듬해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김지태씨를 부패 혐의로 구속시키고 부인 송씨의 경우 외국 나들이를 하다 산 반지에 밀수 혐의를 덮어씌웠다"며 "세관원이 합법절차를 증언했지만 구속됐고 결국 박정희 정권에 주식과 땅 10만평 다 바치고 풀려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시절 급여수령 문제를 제기했던 박홍근 의원도 "부일장학회와의 연관성 자체를 부정한 박 후보의 발언은 유신에 대한 사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나마 지금까지의 역사인식마저 뒷걸음질 쳤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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