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100원선 아래로 내려가자 산업계가 사실상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내수 업종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수출 주력 업종은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문제는 환율하락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다. 단기에 그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에 그친다 해도 환율 하락폭이 크거나 하락세가 길어지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산업계 역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와 IT 등은 환율이 하락하면 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유·항공 등 내수 중심 업종은 원자재 수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반대로 채산성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25일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원화강세는 가격부담을 높여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예측가능한 정도여서 당장은 견딜만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불리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 하락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0원 내려가면 영업이익이 3조가량 사라지고, 현대·기아차 역시 10원 하락에 영업이익이 2000억원 줄어든다.

이날 실적 발표를 한 현대차가 보수적인 경영 계획을 세워 위기를 돌파키로 한 것 역시 이를 고려한 선택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4분기 1110원대, 연간 평균을 1132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시장에서 1070원으로 예상하는 것처럼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세울 것이다"며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 환리스크 노출이 제한적이지만 통합 플랫폼 비중을 작년 62%에서 올해 3분기까지 73%로 끌어올려 고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판매 차량에 대해 위안화 결제로 바꾸는 등 통화 다변화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종은 자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요 고객사들이 환율하락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조심스런 분위기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철강은 환율이 하락할수록, 원화가 강세일수록 원자재 구입비용이 감소한다. 수혜가 예상되고 그에 따른 상대적인 이익증가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나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업체별로 수출 비중이 아무리 높아도 40% 정도다. 즉 보통 60~70%는 내수판매용인 내수중심의 사업이다"며 "단기적으로 순익에 도움이 되지만 조금만 넓게 보면 지금 불황은 근본적으로 수요가 안 따라주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특히 원화강세로 자동차, 조선 등 고객사가 안 좋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환헤지 비율이 높아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환율 위험에 노출되는 금액의 70~80% 이상을 환위험 회피 목적으로 헷지를 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돈은 배를 수출하면 공정별로 나눠서 들어온다. 그 시점에 달러를 고정 시킨다. 배 1척 가격이 크기 때문에 환율변동이 심하면 큰 피해도 예상될 수 있어 매번 환율을 고정시켜 이를 방지한다"고 말했다.

IT업종의 경우 내수 중심인 이통사나 포털, 보안업체 등은 환율 하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걱정을 던 분위기다. IT솔루션 업종의 경우 국내 매출이 90% 정도로 영향이 미미하고 해외 사업의 경우 수주를 계획할 때 환율 하락에 대비해 선물환 계약을 맺기 때문에 실질적 피해는 없다.

반면 전자업계는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온 몸으로 받기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현지 통화를 사용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위험을 감소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라는 것은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큰 환율 정책으로 보고 있다. 고부가 가치 제품을 만들고 재고, 채권 등 현장 밀착 관리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수출 주도 기업이다 보니 달러나 유로화에 통화가 편중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품을 전 세계에 팔다보니 현지 통화를 쓰고 있다"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환율 위험이 분산된다. 환율 상승과 하락에 따라 얻는 이득과 피해가 각각 있기 때문에 결국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환율의 단기적인 하락과 상승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양한 통화 거래와 외화 자산 및 외화 부채 균형 유지를 통한 자연 헤지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라면서도 "매일 환율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