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25일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4시간이상 강도높게 조사했다.

시형씨는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뒤 다음날 0시36분까지 14시간26분동안 장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오후 11시40분께 조사가 끝났지만 시형씨는 1시간여 동안 조서를 꼼꼼히 읽었다.

장시간에 걸친 조사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시형씨는 다소 초췌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취재진의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시형씨는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검찰에 낸)서면답변서와 같은 취지로 진술했느냐'는 질문에 "일부 오류가 있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최대한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형씨는 기존 검찰 서면조사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매매계약 지시를 받고 사저터 매입자금을 단순 전달만 했을뿐 매매과정이나 자금조성에는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형씨는 땅값이 11억2000만원인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내곡동 사저 터를 방문한 적도 없어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시형씨가 이 대통령의 지시로 단지 매입자금만 운반하는데 그쳤다면 실질적인 소유주는 이 대통령이나 다름없어 부동산실명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시형씨는 특검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오류'를 인정하고 종전 검찰에서 주장한 내용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형씨는 또 '국민에게 죄송하지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성실히 답변드리고 나왔다"며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시형씨에 앞서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이상득 전 의원도 검찰조사를 받은 뒤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에 사과 대신 "여러분 수고하십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과 아들 모두 국민들 앞에서 사과는 회피한 셈이다.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진술하고 나왔다"며 "억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시형씨를 상대로 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청와대 경호처와 공동구입한 3필지의 매입과정과 구체적인 계약내용, 자금 출처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함께 부모를 대신해 사저터를 매입한 배경, 3필지의 매입금 분담 기준, 계약과정에서 지분비율이 변경된 이유, 매매거래에서 6억여원의 이득을 본 경위 등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씨는 조사내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진술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이상은 회장뿐만 아니라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핵심 인물에 대해서도 소환시기를 검토할 계획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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