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제대 후 첫 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복귀 신고식을 치룬 배우 이준기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대다수 시청자들의 의견은 이랬다.

"'아랑사또전'은 기대 이하였지만 은오 사또는 건졌다."

점점 산으로 간 드라마에서 한 줄기 빛과 희망은 여전히 매력적인 이준기(30)의 연기였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아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드러났고,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은 쪽대본이 날아오는 열악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훌륭했다. 이준기는 '아랑사또전'을 통해 입대 2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의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켰다.

그래도 작품에 아쉬움은 남는다.

"복귀작인 만큼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했죠. 시작 때는 이슈가 많이 된 작품이었는데 기대감이 큰만큼 그것에는 못 미친 것 같아요. 하지만 시청률 잘 안 나온다는 요새 두 자릿수를 유지한 것 만으로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절반의 성공이죠. 사랑해준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작품의 완성도에 무게를 뒀다면, 영화로 복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는 이준기는 드라마를 택했다. "팬들이 2년 동안 기다려주셨잖아요. 많은 분들께 두루 인사드리려면 드라마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완성도 때문에 아찔한 줄타기를 해야 하지만 마음 먹고 영화관에 가지 않더라도 이준기가 얼마나 잘 날아다닐 수 있는지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번 작품에서도 액션 신은 빠지지 않았다. 귀신들과의 몸싸움에서부터 와이어 액션 등이 화면에서 현란하게 펼쳐졌다. '이준기는 역시 액션에 강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런 결과물은 고통을 오히려 즐기며 촬영에 임하는 이준기의 마음가짐에서 나올 수 있었다.

"더위도, 추위도 즐기면서 촬영하는 편입니다. 변태적인 성향같지만 여름에는 땀 흘리고 겨울에는 달달 떨어야 일하는 것 같고 보람을 느껴요. 복귀작인 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군대 갔다가 현장으로 돌아오니 행복합니다."

몸을 던져 촬영하다보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하지만 부상조차 '즐긴다'고 답했다. "부상을 당해도 재밌어요. 좋은 장면이 분명히 나오니까요. 물론 감독님이나 제작사 측에서는 불안해 하죠. 주연배우가 다치거나 큰 사고가 나면 작품 자체가 무너져 버리거든요. 하지만 신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20, 30대를 백분 활용하고 싶어요."

중국스타 청룽(58)이 연상된다. 소년 이준기의 우상은 메이킹 필름 속의 청룽이었다. "어렸을 때 성룡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면 마지막에 NG장면을 모아서 보여주잖아요.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때는 성룡이 액션 연기를 하면서 다치고 부딪히는 모습이 나오죠. 그 모습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느꼈어요. 작품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고 마지막 액션을 완성하는 것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퓨전 액션사극'이기도 하지만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한 '아랑사또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랑'(신민아)과 '은오'(이준기)의 로맨스 분량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이 아쉬워 한다면 그 반응이 맞겠죠? 로맨스가 더 잘 그려졌으면 더 탄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드라마 시작 전에도 팬들에게 '이번에는 로맨스를 보여드리겠다'고 공언했거든요. 팬들은 '볼 일 보다 만 것 같다'라는 표현까지 하더라고요. 하하하."

다음 작품은 최대한 빨리 고를 생각이다. 물론 그 전에도 최대한 많은 일에 도전, 허송세월이 없도록 할 작정이다.

"군대에 있을 때 억눌리고 연기도 못하고 살다보니 젊은 배우가 작품을 재고 따지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것이 아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심사숙고해야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들이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과 작품 사이 외롭고 공허한 시간에는 공연도 하고 팬미팅도 해서 최대한 바쁘게 지낼 생각입니다."

이준기가 군대에 간 사이 팬들은 의외의 인물이 그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일(50·로버트 할리씨다. 하씨가 MBC TV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준기가 어렸을 적 자신의 팬클럽 회원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 처음 만난 것은 맞죠. 팬클럽은 없었는데 자기 포장을 잘 하시는 것 같네요. 하하하. 군대 있을 때도 한 두 번 뵙고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3개월 정도 됐어요. 서로 거리낌 없이 지내며 친분관계 유지하고 있어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편하게 이끌어 주는 좋은 술 친구이자 인생 선배십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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