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16일)은 제주도 교육청의 인사비리 의혹사건이 급기야 담당국장의 자살로 이어진, 하루종일 떠들썩한 날이었다.

이날 한국-라오스 국제학생탁구교류대회(8∼15일)에 참석했다 오전에 귀국, 오랜 출장 끝에 모습을 드러낸 김태혁 교육감을 오후 2시께 교육청 현관에서 마주 쳤다.

순간 카메라를 꺼내들고 셧터를 눌러댔다. 바로 그 때 수행원 중 한사람이 “허락도 받지 않고 왜 사진을 찍냐”며 다그쳤다. 깜짝할 사이 곱지 않은 시선만 남긴 채 차에 오른 이들은 급히 교육청을 빠져 나갔다.

“찍지마세요"

사진기자가 취재현장에서 매일 접하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이 말 저 말 듣기 십상인게 사진기자다.

요즘 세간에는 ‘메이저리거 김병현’과 모 신문사 사진 기자간의 불미스런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인격, 사생활 보호라는 문제가 충돌해 생긴 일이라 복잡 난해해 함부로 해석도 안되지만 사진기자가 있는 곳은 언제나 말 많은 뉴스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보호해야 할 것과 보호 받아야 할 경계가 미묘해 순간마다 수없는 고민이 따라다닌다.

무기삼아 함부로 카메라를 꺼내들면 안되는 것 쯤은 나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은 엄연한 공인이다. 더욱이 인사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어느덧 도민이 궁금해하는 시사적인 인물이 됐다. 장소 또한 교육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떳떳할 수만은 없는 교육계 수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으니….

“사진기자가 있어야 할 곳은 현장이며 또 죽을 곳도 현장이다”라고 말하던 모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처참한 사고 현장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사고현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 이들의 모습을 찍는 일은 그리 즐거운 일이 못된다.

밤에는 악몽도 꾼다.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돼 잡혀가는 모습도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처절해도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독자 앞에 보여줘야 하는 게 사진기자의 숙명이다.

처참한 사고 현장의 사진을 접하고 난 독자들은 하루를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사고의 교훈을 얻을 것이다.

따끔한(?) 말을 들은 다음 날 17일에는 또 한번 해프닝이 발생했다. 제주도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오전 10시를 앞두고 도교육청 한편에서는 ‘사진기자들이 오지 말았으면’하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꼭꼭 숨어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나? 이날 기자실은 근래 보기 드물게 도내 모든 사진기자와 방송촬영기자들이 방을 가득 메웠다. 아무도 ‘찍지말라’는 말은 없었다.

“찍지마세요”가 아니라 “많이 찍어주세요”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가에서 흘러나올 때 그때가 언제쯤일런지….

떳떳하게 “사진 한 장 부탁해요”라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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