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42)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가 관객 117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광해’는 최근 만 45세이상 남녀가 1인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CJ CGV의 ‘노블레스 카드’와 CJ제일제당의 ‘햇반 단팥죽’을 미끼로 중년과 노년층을 유혹해 구설을 자초했다.

이어 8일 201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수험생을 겨냥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빕스’ ‘씨푸드오션’ ‘비비고’ 등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제과점 ‘뚜레주르’ 등 CJ푸드빌 계열 각 브랜드 매장 중 거의 모든 곳에서 이용 여부와 상관 없이 방문객 누구에게나 ‘광해 관람 수험생 팝콘 무료증정권’을 준다. 수험생 본인이 받지 않아도 된다. 수험생은 이 증정권과 수험표를 지참하고 12월14일까지 CGV에 가서 ‘광해’를 관람하면 매점에서 팝콘(소)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CGV는 12월16일까지 매표소에서 CJ ONE 카드와 수험표를 제시하는 수험생에게 영화 관람료나 콤보를 2000원 할인해주고 있기는 하다. 또 송중기(27)의 ‘늑대소년’(감독 조성희)도 수험생 4명 관람시 1명을 무료로 보여주는 행사를 열기는 했다. 그러나 ‘늑대소년’의 경우 기간이 9~11일로 3일에 불과했고, 극장도 CGV 서울의 강남, 용산, 왕십리점 등 3곳이었다. ‘광해’처럼 특정 영화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호객하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늑대소년’은 10월31일 개봉한 신작이고, ‘광해’는 9월13일 개봉해 이제 두 달 다 된 삭은 영화다.

영화계에서는 ‘광해’가 올 연말까지 상영하며 올여름 범죄 액션 ‘도둑들’(감독 최동훈)이 기록한 1300만 관객기록을 깨려고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실제로 ‘광해’는 11일에만 317개관에서 1151회 상영됐다. 같은 투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10월18일 개봉한 류승범(32)의 스릴러 ‘용의자 X’(감독 방은진)가 호평과 꾸준한 관객몰이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못 채운 채 154개관 340회 상영으로 상영 여건이 나빠진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광해‘를 보는 수험생에게 팝콘을 주는 행사를 12월14일까지 열겠다고 공표한 것은 ‘광해’를 이날까지 상영하겠다는 속셈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투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물론 CJ CGV, CJ제일제당, CJ푸드빌 등 CJ그룹 계열사들이 나서서 ‘광해’ 밀어주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그룹 고위층의 묵인이나 승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광해’로 인해 김기덕(52) 감독 등 뜻있는 영화인들이 거듭 비판해 온 ‘대기업에 의한 영화산업의 수직 계열화’ 문제,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마저 거론될 상황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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