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0만명을 넘긴 이병헌(42) 주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9년 전 할리우드 배우 케빈 클라인(65)이 주연한 영화 '데이브'(1993)와 유사하다는 의심을 꾸준히 받아왔다.

'광해'에서는 조선의 광해군이 양귀비에 중독돼 깨어나지 못하자 도승지 허균이 혼란을 막고자 광해군과 똑같이 생긴 천민을 임금으로 내세운다. '데이브'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비서실장 데이브가 대통령을 대신한다.

영화로도 옮겨진 소설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 교수(46·이화여대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는 13일 8년 만의 신작 소설 '지옥설계도' 간담회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도구인 '스토리헬퍼'에 '광해'와 '데이브'를 적용시켰더니 약 75%의 서사가 비슷했다고 밝혔다.

내년 3월에 한국어를 쓰는 작가들을 위해 무료로 배포할 스토리헬퍼는 205개의 스토리 모티프와 2300여편의 영화·애니메이션을 철저히 분석, 추출한 3만4000여개 모티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저작도구다. 각각의 모티프를 입력했을 때 전개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보여준다.

작가가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를 기존의 이야기와 비교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아바타'와 '늑대와 춤을'은 87%가 비슷했으니 '광해' 같은 경우는 양반"이라면서 "'최종병기 활'과 '아포칼립토'도 79%가 비슷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4'는 80% 이상이 비슷하다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토리헬퍼는 표절을 판정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 교수가 '지옥설계도'를 쓰는 과정에서 "스토리헬퍼에서 내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와 55% 이상 비슷하다고 하면 쓰지 않았다. 55% 이하로 나올 때만 썼다"고 말했듯 참신한 이야기를 쓰는 데 목적이 있다.

"스토리헬퍼에서는 영화 1300개의 각 신을 분석했다. 적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만든 이후 나온 영화는 불과 2만4000편이다. 아류가 적지 않다. 90% 이상의 영화가 잘 짜여진 영화의 아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존의 모티브를 안고 들어가야 상업적인 요소가 있다고 봤다. "남자 킬러를 여자 킬러로 변형한다든지 본래 이 이야기에서는 악당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든지 등의 논리적인 변형이 필요하다. '광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중첩된다. ('왕자와 거지'에 나오는) 에드워드 6세의 역사적 변형이기도 하다. 완전히 없는 것은 황당무계하고 이해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서사 패턴은 한정됐다면서 셰익스피어의 '햄릿' '맥베스' 같은 불멸의 캐릭터가 오히려 새로운 것이라고 짚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자체에는 독특한 플롯이 없다. 그 시대에 대한 작가의 독창적인 디테일과 사회와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작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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