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호주가 2-1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양 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축구국가대표팀 최강희호의 새로운 수비진 실험은 아쉽게 실패로 끝났다.

최강희호는 14일 오후 7시 경기도 화성시의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2분 이동국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최강희 감독은 K리거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유럽파는 부르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평가전은 그 동안 유럽파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숨은 진주'를 발굴하는 시험의 장이 됐다.

이날 4-2-3-1 전술을 꺼내 든 최 감독은 발탁한 18명의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며 기량을 점검했다. 교체카드 6장 모두를 적극 활용했다.

유럽파 박주영(셀타비고)과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빠진 공격진에 이동국(전북)과 이근호(울산), 이승기(광주)가 선발출전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원정에서 제외됐던 이동국은 보란듯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

이근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최우수선수(MVP)답게 경기 초반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지만 체력안배를 위해 전반 28분 김형범과 교체됐다.

황진성(포항)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공격을 지원했고, 박종우(부산)와 하대성(서울)이 '더블볼란테(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형성해 공수를 조율했다.

이번 평가전의 최대 화두는 수비진 실험이었다.

최 감독은 대표팀 부동의 중앙 수비수 곽태휘(울산)와 이정수(알 사드)를 부르지 않았다.

이들 대신 '젊은 피'를 택했다. 포백 수비진에 정인환(인천)과 김기희(알 시일리아)가 중앙에 서고,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신광훈(포항)이 좌우 측면 수비수로 나섰다.

최강희호의 상대 호주는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안성맞춤인 상대였다.

강한 체력과 힘을 바탕으로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 호주는 한국, 일본, 이란과 함께 '아시아 빅4'로 손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일본(24위)과 한국(32위)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 국가 중 3위(3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과의 역대전적에서는 22전 6승9무7패로 호주가 다소 우세하지만 최근 5경기의 전적은 3승1무1패로 한국이 앞섰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한국이 좋았다. 경기 시작 12분 만에 이동국이 선제골을 터뜨려 추위에 떨고 있던 관중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골을 만드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후방 지역 깊숙이 위치해있던 신광훈이 전방을 향한 날카로운 로빙 패스로 호주의 포백 수비진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며 오른쪽 측면을 침투하던 이승기에게 완벽한 도움 기회를 제공했다.

그 사이 골 냄새를 맡은 이동국이 상대 문전으로 침투했고, 이승기가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골문을 열었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전반 17분 오른쪽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황진성이 왼발로 직접 차 호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러나 호주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 니키타 루카비츠야가 전반 38분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예열을 마친 뒤 43분 기어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 수비진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상대 미드필더 토미모어의 침투 패스 한 방에 왼쪽 페널티박스 공간이 노출됐다. 왼쪽 측면 수비수 김영권이 뒤늦게 루카비츠야를 막으려고 했지만 한 발 늦었다.

최 감독은 후반시작과 동시에 김기희를 제외한 모든 수비수를 교체했다.

최재수(수원)와 김창수(부산)가 새롭게 좌우 측면 수비를 이끌었다. 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는 김기희와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하대성이 빠진 중원은 고명진(서울)이 대신 메웠다.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지자 최 감독은 후반 13분 김형범을 대신해 196cm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투입해 전술에 변화를 줬다.

후반 교체투입된 최재수가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적극 가담했고, 이동국과 황진성이 추가골을 노리며 상대 골문을 두들겼지만 모두 불발됐다.

오히려 후반 종료 막바지에 수비진의 어이 없는 실수가 연신 나왔다. 황석호가 김기희에게 패스한다는 것이 상대 공격수에게 건네져 단독 슈팅 기회를 허용,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위기를 넘긴 듯 했으나 이번에는 집중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후반 40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한국 수비진이 대인마크에 실패해 결승골을 내줬다.

한국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호주 수비수 로버트 콘스웨이트가 역전골을 뽑아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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