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듯했다. 피아노 거장인 영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엘턴 존(65)은 2시간 넘도록 지치지도 않았다.

27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8년 만에 펼친 내한공연에서 '피아노맨'으로 불리는 그 답게 야마하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를 쉴 새 없이 연주하며 끊임없이 히트곡을 불렀다.

1970~80년대 세계를 풍미한 곡들에 특히 한국의 중년 팬들은 열광했다.

약 1년 전부터 존과 함께 투어를 돌고 있는 신예 첼리스트 듀오 '투첼로스'가 오프닝 무대를 꾸민 뒤 오후 8시20분께 그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수많은 비즈가 박힌 군청색 긴 정장을 입고 청록빛 색안경을 끼고 나온 존은 1974년 발표한 '더 비치 이스 블랙(The Bitch Is Back)'으로 포문을 열었다.

'베니 앤 더 제츠(Bennie and the Jets)' '레번(Levon)' '티니 댄서(Tiny Dancer)' 등 1970년대 초 존의 이름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노래들이 잇따라 흘러나왔다.

플로어 객석에 자리한 일부 열광적인 팬들은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몸을 흔들었다.

존의 전매특허인 부드러운 발라드들은 감미로움을 선사했다. 미국 영화배우 겸 가수 메릴린 먼로(1926~1962)에게 바친 곡이었다가 다이애나(1961~1997) 황태자비의 장례식에서도 사용한 '캔들 인 더 윈드(Candle In The Wind)', 1970년 연예계를 풍자한 '굿바이 옐로우 브릭 로드(Goodbye Yellow Brick Road)', 국내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쏘리 심스 투 비 더 하디스트 월드(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등은 노래의 얽힌 사연과 각자의 추억이 섞이면서 공연장을 우수에 젖게 만들었다.

그리고 쭉 뻗는 조명과 함께 이번 투어의 주제가 '로켓맨'이 흘러나오자 공연장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연 막바지 분위기는 흥겨움을 통해 절정으로 치달았다. 록풍의 '아임 스틸 스탠딩(I'm Still Standing)'이 흘러나오자 플로어석에 앉아 있던 대다수의 팬들이 무대 앞에 몰려들었다.

록&롤과 홍키통키 느낌이 밴 곡으로 1972년 존에게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의 영예를 안긴 '크로커다일 록(Crocodile Rock)'을 부를 때는 8000여 팬들의 떼창이 성사되기도 했다. 후렴구 "나나나나나~♪♬"라는 부분에서 한 목소리로 목놓아 부르짖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하드록이 가미된 '새터데이 나이트 올라이트 포 파이팅(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이 흘러나오자 여느 록스타 못지 않은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약 2시간20분가량 펼쳐진 이날 공연에서 존은 예전보다 걸걸해진 목소리였으나 여전히 뜨거운 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명곡은 수십년이 지난도 바래지 않는다 사실도 새삼 확인했다. 그렇게 팝계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거장의 품격을 보여준 존의 친철한 매너도 일품이었다. 매 곡이 끝날 때마다 환호하는 팬들에게 다양한 반응을 보여줬다. 본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앞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팬들이 준비한 종이와 LP판에 기꺼이 사인을 해주는 모습에서 그가 왜 오래도록 팬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존의 대표곡으로 영화 '물랑 루즈'(2001)의 테마송으로 리메이크, 영화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은 '유어 송(Your Song)'과 1994년 월드 디즈니 영화 '라이온 킹' 수록곡 '서클 오브 더 라이프(Circle of the Life)'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어느 영화보다도 추억이 녹아 있던 공연을 마무리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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