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고 사퇴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28일로 닷새째 잠행 중인 가운데 그의 행보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도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잠행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유권자들의 궁금증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23일 후보직을 사퇴한 안 전 후보는 이튿날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향했고 이후 줄곧 공식일정 없이 휴식을 취해왔다.

휴식기간 동안 최측근에게도 자신의 동선을 알리지 않은 탓에 안 전 후보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놓고 지지자들과 언론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를 찾은 뒤 해남 땅끝마을과 본가가 있는 부산을 돌았다는 설, 친지들과 그동안 도와준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설, 멘토인 법륜스님이 주지로 있는 전북 장수군 죽림정사에 칩거했다는 설 등이 떠돌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안 전 후보가 지난 26일 상경해 참모들과 향후 행보를 놓고 논의했다는 설도 제기됐지만 측근들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다만 그간 타고 다녔던 차량 3대 중 캠프 소유 차량과 서울대 소유 차량 등 2대를 반납하고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면서 안 전 후보가 지방을 다닌 사실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안 전 후보의 이같은 잠행은 특유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으로 보인다. 사퇴 전 발언을 통해 이번 잠행의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전남대 강연에서 안 전 후보는 사업이 어려울 당시를 떠올리며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져서 다시 헤어 나오는데 사흘이 걸렸다"며 "다시 구렁텅이로 떨어지기 싫어서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또 세종대 강연에서 "견디기 힘들 때 저의 경우 걷는다. 한참 정처 없이 걷다보면 어디 와 있는지 모를 때가 있지만 돌아가다 보면 마음이 진정된다"고 자신의 습관을 소개한 바 있다.

결국 안 전 후보는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문 후보와 갈등, 후보직 사퇴로 인한 내적 갈등 등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향후 행보를 놓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숙고를 마친 안 전 후보가 잠행을 마무리하는 시점과 방식을 놓고도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일 내에 열릴 캠프 해단식에 안 전 후보가 참석, 문 후보 선거운동 지원방안과 향후 자신의 거취 등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반면 지지자들과 캠프 구성원들을 위로할 뿐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안 전 후보가 20여일 남은 선거운동기간 중 문 후보가 위기를 겪는 결정적인 시점에 구원투수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정권교체 실패시 문 후보 측과 야권으로부터 책임을 추궁을 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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