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마틴 프리먼(41)이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51) 감독의 신작 '호빗' 3부작 시리즈에 합류했다. 그 첫번째 이야기 '호빗: 뜻밖의 여정'으로 관객을 만난다.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잭슨 감독은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 출연배우들과 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가까워졌다. 기존의 배우들은 물론 새로운 출연진과도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반겼다. "'반지의 제왕' 이야기에서 큰 흐름은 이어지지만 '호빗' 시리즈는 그 자체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부담보다는 즐거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먼저 '가족'이 떠올랐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 팀으로 지냈다.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인데 분위기는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것처럼 소박했다"며 웃었다. 영화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촬영 내내 즐거웠다는 것이다. "연기, 더 나아가 예술은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자세다.

'호빗: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의 삼촌 '빌보 배킨스'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총 3부작 중 첫 이야기다. 평화로운 삶을 즐기던 '빌보 배긴스'는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의 제의로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이 이끄는 13명의 난쟁이족과 함께 그들의 땅을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에서 나이든 '빌보'를 이안 홈(81)이 연기했다면, 젊은 '빌보'는 마틴 프리먼이 맡아 잭슨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했다. 프리먼은 "이안 홈을 통해 빌보의 60년 후 모습을 봤고 그 연기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마틴 프리먼은 디즈니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BBC 코미디 프로그램 '더 오피스'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 '못 말리는 알리' '러브 액추얼리' '컨펜티' '굿나잇' '데디케이션'에 출연했다. 최근 하츠우드필름과 BBC가 공동제작한 TV시리즈 '셜록 홈즈'에서 '왓슨 박사'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에서 크리스 에번스(31), 애너 페리스(36)와 공연했다.

잭슨 감독은 캐스팅 때 진실성을 중시한다. 판타지 영화일 때는 더하다. "마틴 프리먼은 빌보에게 진실성을 부여하기에 가장 좋은 적임자였다. 빌보는 유머가 있고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 의외의 영웅이다. 난쟁이들과 몰려다니면서 여러 번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는 빌보의 여정에 진실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리먼이었다. 한 장면에 7~8번의 테이크를 찍을 때마다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촬영이 즐거웠고 영화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만족해했다.

잭슨 감독은 프리먼을 캐스팅하기 위해 6주 동안 '호빗' 촬영을 접기까지 했다. "빌보 캐스팅 문제로 프리먼에게 연락했을 때 이미 TV '셜록' 시리즈2를 계약한 상태였다. 그를 캐스팅하면 우리 영화의 중간 촬영쯤 될 시점이라 사실상 불가능한 캐스팅이었다"면서도 "우리에게는 다른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재난이나 마찬가지였다. 마틴 프리먼보다 빌보 역할을 더 잘해낼 배우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결국 우리는 유례없이 촬영을 중지했다. 촬영을 절반쯤 한 상태였는데 6주 동안 정지시키고 쉬었다. 그 기간 프리먼은 영국으로 돌아가 '셜록'을 찍었다. '호빗' 촬영 중간에 드라마 촬영을 위한 시간을 할애해준 것이다. 하지만 빌보를 이만큼 소화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신뢰했다.

"마틴 프리먼 하면 시끌벅적한 파티보다는 벽난로 앞에 발을 쭉 뻗고 TV를 보거나 좋은 책을 읽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호빗과 많이 닮아있다. 배우로서도 그는 매 장면과 대사마다 빌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또 캐릭터의 모습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를 실험하고 탐구했다. 프리먼은 자신에게 솔직했고 '척'하지 않았다. 캐릭터를 완전히 자기화해 정직하게 연기하는 배우다. 편집을 할 때도 선택이 다양해 아주 좋았다"고 거듭 칭찬했다.

마틴 프리먼과 함께 처음으로 '피터 잭슨'호에 올라탄 배우는 리처드 아미티지(41)다. 난쟁이들의 전설적인 전사 참나무 방패 '소린'으로 중간계에 사는 난쟁이들의 왕 듀린의 혈통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용 '스마우그'의 맹습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12명의 난쟁이를 모아 군대를 조직하지만 항상 자신이 리더에 적합지 않다는 편집증에 시달린다. 난쟁이, 호빗 '빌보', 마법사 '간달프'와 함께 왕국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이런 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아주 기뻤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으면서도 기쁜 경험이었다. 이 작품은 피터 잭슨 감독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리메이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작품이다. 촬영한 18개월의 시간은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잭슨 감독은 "소린을 위해 여러 배우의 오디션을 봤다. 난쟁이들을 이끌고 왕국을 재건하려는 용맹함과 기품을 지닌 캐릭터를 찾던 중에 리처드 아미티지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린'은 고요함 속에서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아미티지 역시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반지의 제왕'을 함께한 배우들도 출연한다. '갈라드리엘' 케이트 블란쳇(43), 늙은 '빌보' 이안 홈, '사루만' 크리스토퍼 리(90), '엘론드' 휴고 위빙(52), '프로도' 일라이저 우드(31), '골룸' 앤디 서키스(48)다.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을 찍으며 모두 가깝게 지냈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자주는 만나지 못했지만 많은 배우와 연락하며 지냈다. 친밀한 관계로 그들과 다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고 촬영장에 다시 모이게 됐을 때는 가족이 다시 모인 느낌이었으며 행복했다"며 즐거워했다.

"'반지의 제왕'은 총 266일에 걸쳐 촬영했는데 그때 배우들과 가족처럼 지냈고 그들과 함께 겪은 일들이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호빗'을 찍으면서도 반복됐다. '반지의 제왕' 촬영에 266일이 걸렸는데 모두 열심히 해줬고 아무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쳤다. 강행군 촬영이었음에도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호빗'에서는 한층 젊어진 모습을 선보인다. "다시 골룸으로 출연하게 돼 매우 좋았다. 뉴질랜드에서의 촬영 역시 굉장히 좋았다. '반지의 제왕'에서 만났던 친구들과의 재회와 새로운 출연진과의 만남도 좋았다. 물리적이거나 신체적인 어려움은 당연히 있었지만 새로운 가족들을 꾸리고 엄청난 규모의 대작에 출연하게 돼 무척 기뻤다"는 마음이다.

'킹콩'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등 모션 캡처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모션 캡처라는 장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연기와 다른 것은 없다. 본인의 소임과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를 체화해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된다. 팁을 주자면 도가 지나치거나 팬터마임 하듯 연기하면 안 된다. 그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잘 이해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되는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열아홉 살 때 처음 '프로도'로 '반지의 제왕'에서 원정대를 이끈 일라이저 우드도 9년 만에 '프로도'로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출연 제안을 받고 '호빗' 세트로 들어왔을 때 감격스러워 감상에 젖었다. 열아홉 살 때 '반지의 제왕'을 시작한 후 4년 동안 시리즈에 묻혀 살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후에는 영화와 헤어지기가 어려웠다. 작별이라고 생각했던 '프로도'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한 달간 촬영장에 머물면서 새로운 출연진과 어울리며 가까워졌고 기존의 배우들과 회포를 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 3부작과 마찬가지로 '호빗: 뜻밖의 여정' '호빗: 더 데솔레이션 오브 스마우그' '호빗: 데어 앤 백 어게인'을 차례로 선보인다. 초당 48프레임의 3D로 촬영되는 첨단 하이프레임레이트(HFR) 기법을 사용해 눈의 피로감도 덜었다. 13일 개봉한다.<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