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 12월은 1년 중 가장 조용한 달이다.

감독들은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차기 시즌을 내다보고 단체 훈련이 금지된 선수들은 개인 훈련 및 각종 시상식 참여로 한 해를 정리한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도 12월은 크게 손이 부족한 달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 비교적 평화로운 달이 12월이다.

하지만 올해는 시끄러운 12월이 될 전망이다. 경기 일정 재조정 등도 해결해야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10구단 창단 승인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온다.

창단을 위한 물밑 작업은 순탄하다. 오히려 치열한 쪽에 가깝다. KT와 수원시가 창단을 위해 손을 잡았고 전북 역시 중견 향토기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는 새로운 운영 모델을 제시한 상태다. 멍석은 훌륭하게 깔렸다.

하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기존 구단들은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삼성과 롯데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재사 LG와 막내급 넥센, NC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선수협은 10구단 창단 이사회가 열릴 때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를 보이콧 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단체 행동의 시발점이다. 나아가 전 국민의 기대가 쏠리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리그 거부까지 고려중이다. 선수협은 6일 총회에서 이를 의결할 계획이다.

선수협은 올 여름 올스타전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KBO로부터 조만간 10구단 창단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당시 이사진은 10구단 창단의 일부 권한을 구본능 총재에게 위임하겠다고 뜻을 모았고 KBO 역시 조속한 처리를 공언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사회 개최는 감감무소식이다. 골든글러브 일정과 대선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며 여론의 추이만 지켜보는 실정이다.

각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작금의 상황을 정리할 유일한 창구다. 물론 이들이 그룹 오너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현 시스템에서는 이사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KBO는 이른 시일 내로 이사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KBO 한 관계자는 3일 "구단 사장들과 일정을 맞춰보고 있다. 최대한 빨리 이사회를 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협의 바람대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전에 일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만일 날짜가 이달 중순으로 밀린다면 골든글러브의 파행은 불가피하다. 프로야구 31년사에서 단 한 차례도 없던 일이다.

이 관계자는 "골든글러브가 결국 안 열리면 트로피는 우편으로라도 보내 줘야 할 것 같다"는 씁쓸한 농담으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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